김면기 경찰대 법학과 교수

올해 초, 국회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 법률안들(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이 통과된 바 있다.

우여곡절 끝에 법률이 개정된 만큼, 새로운 형사사법구조에 대한 기대가 높았다.

그러나 법률안을 구체화한 대통령령 입법예고안은 상당히 실망스럽다.

개정 법률안의 취지를 거스르는 독소조항들이 대거 포함된 것이다.

잘 알려져 있듯, 검경 수사권 조정 논의의 핵심은 검찰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고, 견제와 균형이 작동하는 수사 구조를 만들고자 한 것이었다.

오랫동안 구시대적인 검찰·경찰 관계에 대한 문제가 지적돼 왔고, 검찰에의 권한 집중에 대한 비판이 상당히 높았기 때문이다.

올해 초 개정된 법률안들도 이런 노력의 산물이었다.

검사와 경찰의 관계를 일방적 지휘가 아닌 상호 협력관계로 탈바꿈하고, 검사가 직접 수사할 수 있는 범죄의 범위도 대폭 축소·한정시켰다.

그러나 역시 악마는 디테일에 있었다.

법률안의 내용을 구체화 하는 대통령령이 제정되는 과정에서 반전이 일어나고 있다.

법률안에 담긴 기본 원칙이 퇴색된 것을 넘어, 오히려 법률에 역행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작년 한 해, 국회에서 그토록 처절한 과정을 거쳐 법률안이 통과되었다는 사실이 허망할 정도다.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검경 수사권 조정의 핵심은 구시대적인 검경관계를 탈피하고 상호협력관계를 구축하는 것이었다.

개정 형사소송법 195조는 검사와 사법경찰관은 ‘상호협력관계’임을 명시하고, 대통령령으로 수사와 관련된 일반적인 준칙을 마련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마련된 대통령령도 그 명칭이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상호협력과 일반적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이다.

상식적으로도 ‘상호협력에 관한 규정’이 되려면, 규정의 해석, 제정 그리고 개정 과정에서 양 당사자의 의견이 동등하게 반영돼야 마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마련된 대통령령은 검찰사무를 지휘·감독하는 법무부장관이 동 규정의 해석 및 개정을 결정하도록 돼 있다.

과연 건전한 상호 협력 관계가 형성될 수 있을지 강한 의구심이 든다.

마땅히 법무부장관과 경찰청이 공동주관하는 것으로 바뀌어야 한다.

또 다른 문제는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다.

검경 수사권 조정의 중요한 이슈 중 하나는 바로 검찰의 직접 수사범위를 대폭 축소하는 것이었다.

이는 우리 형사절차를 ‘수사는 경찰이, 기소는 검찰이’라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개정된 검찰청법도 이런 취지에서 검사의 직접수사 범위를 ‘부패범죄, 경제범죄, 공직자범죄, 선거범죄, 방위사업범죄, 대형참사 등’ 6대 범죄로 한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마련된 입법예고안은 검사가 사실상 모든 수사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예를 들면, 경제범죄에 마약범죄를 포함시키고, 대형참사에 사이버범죄를 포함시키는 식이다.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

오죽하면 ‘마약범죄가 경제범죄면, 파리도 새다’라는 자조적인 말들이 나오고 있을까.

한 발 더 들어가면 이런 구분마저 무의미하다.

검찰이 압수수색영장만 미리 발부받으면 아무런 제한 없이 모든 범죄를 수사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개정 법률안의 취지를 되살려야 한다.

검경 수사권 조정 과정을 살펴보면 “개혁은 혁명보다 어렵다”는 말이 실감 난다.

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한 걸음을 내딛어도, ‘악마의 디테일’이 다시 이를 원점으로 회귀시킨다.

이번에도 역시 마찬가지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대통령령 초안에 대한 입법예고 기간이 9월 16일까지로 얼마 남지 않았다.

많은 시민들의 관심이 긴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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