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 2단계 격상…재휴관
무더위 쉼터·만남의 장 사라져
온라인 등 비대면서비스 '한계'
"긴급돌봄 등 체계정립 논의필요"

갈마경로당 휴관 안내문. 서유빈 기자
갈마경로당 휴관 안내문. 서유빈 기자

[충청투데이 서유빈 기자] “매일 마스크를 써야 하는 불편함보다 사람을 못 만나는 외로움이 더 커요.”

31일 오전 11시 대전 서구 갈마동 인근 아파트 단지에는 야외 정자와 벤치에 몸을 기댄 노인들이 가득했다. 간밤에 내린 비로 하늘은 화창하고 늦여름의 향을 담은 바람이 기분 좋게 불어왔지만 코로나19(이하 코로나) 여파로 노인들이 걸음 할 수 있는 곳은 집 근처 공원이 전부였다.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누면서도 ‘거리두기’ 지침을 의식한 듯 마스크를 쓰고 어느 정도 서로 간의 간격을 둔 채였다.

평소 같았으면 걸어서 금방인 동네 경로당에서 점심 끼니를 해결하거나 탁구와 카드놀이 등으로 시간을 보냈을 테지만 유일한 만남의 장이 사라진 자리에는 외로움만이 남았다.

홀로 사는 박모(63) 씨는 “코로나가 무서워서 일가친척도 못 본 지 몇달째”라며 “나로 인해 가족들까지 위험에 빠질까 두려워 자주 가던 전통시장도 갈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박모 씨는 자신은 그나마 ‘젊은 축’에 속해 스마트폰으로 유튜브 등을 볼 수 있지만 나이가 더 많은 노인들에 대한 걱정을 내비치기도 했다. 곁에 있던 이모(71) 씨는 “딸이 무용 전공을 하고 문화센터나 복지관에서 아이들을 가르쳐왔는데 요즘 일거리가 끊겨 걱정이 많다”면서 “코로나로 거동이 자유롭지 못하니 자식들을 나서서 도울 수도 없어 무력하고 불안하다”고 말했다.

대전지역 경로당은 코로나 확산세가 줄어든 8월 초 문을 열었다가 서울·경기 지역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격상 이후 지난 24일부터 다시 문을 걸어 잠갔다. 코로나 위험에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고령층을 보호하기 위한 방침으로 상황이 진정될 때까지 지속될 예정이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온라인 등을 이용한 비대면 서비스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은 사회로부터 고립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고 경로당은 고령층이 주로 이용하는 무더위 쉼터의 역할도 수행하던 터라 아직 남은 여름나기가 막막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더욱이 말벗의 부재와 자녀·가족 등에 대한 불안함이 고조되고 있어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심리 방역이 필요한 상황이다.

지역 복지계 관계자는 “코로나 이후 적극적으로 사회복지가 개입할 수 있는 기회들이 없었고 그로 인해 복지 사각지대가 여실히 드러났다”면서 “지금은 재난시 복지 서비스의 방향을 찾아가는 때다. ‘대구시사회서비스원’의 긴급돌봄 등을 사례로 삼아 여러 각도로 체계 정립 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서유빈 기자 syb@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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