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엔디컷 우송대 총장

필자는 매년 7월 말에서 8월 초 사이에 가족들을 만나고 건강검진을 받기 위해 아내와 함께 미국에 가는데 이번 미국행은 코로나19로 인해 사뭇 달랐다. 출국과 재입국을 위해 발급받아야 하는 서류들도 많았고 크고 작은 제약들이 우리를 불편하게 했다. 출국을 위해 인천국제공항에 들어섰을 때 공항은 텅텅 비어 있었지만 우리 손에는 여권, 외국인등록증, 재입국 허가증, 의료진단서 등 많은 서류가 들려있었다. 필자처럼 나이가 많은 사람에게는 버거운 일이었다. 결국 작은 크기의 외국인등록증이 필자의 손에서 떨어져 나갔는데도 그걸 알아차리지 못했다. 검색대를 통과한 다음 남은 서류를 정리하면서 외국인등록증이 사라진 것을 알고는 아내와 함께 가방을 뒤지기 시작했다. 너무나 고맙게도 공항 직원 한 명이 우리를 향해 달려와 필자의 외국인등록증을 건네주었기에 마감시간에 늦지 않게 탑승게이트에 도착할 수 있었다. 미국에 도착해서 받은 손주들의 환대는 그 보다 더 좋을 수 없었다. 애틀랜타에서의 12일은 정말 빠르게 지나갔고, 우리 부부는 어느새 한국행 비행기에 탑승하고 있었다. 인천공항에 도착해서는 안전 요원들에 안내에 따라 신속하게 다음 장소로 이동할 수 있었다. 몇 가지 서류를 작성한 뒤 우리부부는 앞으로 2주간의 자가격리에 필요한 안내를 들었다. 대전으로 내려가기 위해 KTX를 타러 갔을 때 알게 된 것인데, 우리처럼 외국에서 입국한 사람들은 마지막 호차에만 탑승해야 했다. 그 때문에 우리가 있던 칸에는 캐리어들이 가득했다.

처음 자가격리를 시작할 때만 해도 2주 동안 집 밖을 나가지 않는 일이 얼마나 큰 도전이 될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 물론 디지털의 도움으로 집에서도 업무를 보고, 사람들과 계속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다. 그럼에도 답답한 기분은 어찌할 수가 없었다. 사실, 코로나로 인해 많은 노인들이 갇혀 지내는 생활을 하며 그 고통이 얼마나 극심한 것인가를 전해 듣고 있었기에 이번 자가격리는 타인의 고통을 잠시 느껴보는 시간이기도 했다.

나치의 강제수용소에서 자아를 성찰하고 인간존엄성의 위대함을 직접 체험했던 빅터 프랭클은 자신의 책에서 ‘인간에게는 삶에서 경험하고 느낄 수 있는 3가지 가치’가 있다고 했다. 직업활동이나 창작활동을 통해 달성할 수 있는 하는 ‘창조적 가치’는 개인의 능력과 경험, 활동의 영역 등이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반면 아름다운 저녁놀을 보며 음악을 듣고 책을 읽으면서 깊은 감동을 받는 것은 ‘경험적 가치’에 해당한다. 꼭, 부유하거나 사회적 지위 높지 않더라고 충분히 감정과 영혼이 충만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 2차 대유행의 파도가 무섭게 다가오면서 우리 사회는 다시 한번 움츠러들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자가격리는 우리에게 많은 불편함과 제약을 주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인간은 제약 속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존재라는 점을 꼭 이야기하고 싶다. 요즘처럼 무덥고 힘든 시기일수록 여러분 모두 각자의 삶의 의미와 가치를 잊지 말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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