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을석 충북교육정책연구소장

"너희 중에 어느 사람이 양 일백 마리가 있는데 그 중에 하나를 잃으면 아흔 아홉 마리를 들에 두고 그 잃은 것을 찾도록 찾아다니지 않느냐."(누가복음 15:4)

'길 잃은 한 마리 어린 양'처럼 자식이라도 다 똑같은 자식이 아니고 학생이라도 다 똑같은 학생이 아니다. 좋은 길을 두고 가시밭으로 다가가거나 훤히 보이는 길을 잃고 울며 헤매는 아이를 볼 때 유달리 가슴 아픈 법이다.

우리나라 대안교육 또는 대안학교의 시작은 '가슴 아픔'에서 시작됐다. 성적과 입시 교육, 강제된 취업교육에 적응 못하는 아이들을 보듬고자 제도권 밖에서 애를 썼다. 다르게 살아도 된다, 다르게 배워도 된다, 상처를 어루만지며 꿈꾸는 사람이 돼라….

학교 밖에서 학교를 만들고 가르치는 사람이 점점 늘어났다. 90년대 초반 시작된 일이다. 민간 분야 노력에 자극을 받고 기존 교육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은 제도권 안에서도 일어났다. 2002년 대안교육특성화학교로 경기 대명고가 개교되고, 2007년 대통령령으로 '대안학교 설립 운영 규정'이 제정됐다.

오늘날 대안학교는 인가, 미인가를 통틀어 수백 개에 달한다. 2019년 통계를 보면, 인가받은 대안학교는 각종학교 41교, 특성화중학교 17교, 특성화고등학교 26교다. 84개교 중 공립이 23교다.

미인가 대안학교에 대한 최근의 통계는 보지 못했다. 다만 2014년 교육부 조사에서 미인가 대안학교가 170교였으니 지금은 훨씬 더 많은 학교가 있을 것이다. 언론보도엔 250교를 넘는다는 언급도 보인다.

이렇듯 인가, 비인가 대안학교가 눈에 띄게 확대되고 있는 것은 상처받은 아이들을 보듬는 둥지학교를 넘어 제도 교육이 감당 못하는 다양한 배움과 성장 방식을 추구하는 학생과 교사가 늘고 있는 까닭이다.

대안학교 숫자는 30년 가까이 이어져온 대안교육 운동의 과정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제도권보다 비제도권, 공립보다 사립 학교 수가 월등히 많다. 대안교육이 주로 민간영역에서 주도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근래 시도교육청이 주도하는 공립 대안학교도 점차 증가 추세다. 충북도교육청도 대안교육이 공교육 속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애쓰고 있다. 크게 치유형, 충전형, 미래형으로 나누는 몇 가지 학교들이다.

2017년 개교한 은여울 중학교는 치유형 학교다. 학교폭력 등으로 상처받은 아이들을 보듬기 위해 세워졌다. 초기 어려움이 없지 않았지만, 현재는 학교교육이 안착돼, 회복된 학생들이 상급학교나 취업 등 자신의 진로를 착실히 찾아가고 있다.

이런 성과를 이어 은여울고가 내년 3월 개교한다. 조금 더 치유와 충전이 필요한 아이들과 중학교의 연속선상에서 배움을 이어가고자 하는 학생들을 품을 예정이다.

2023년 개교 예정인 충전형 괴산 전환학교는 생애전환기 교육을 위한 학교다. 정신과 신체가 급격히 변하며 인생 방향 설정에 혼란을 겪는 학생들이 꽉 짜인 틀에서 잠시 벗어나 인생의 큰 그림을 그려보도록 지원하는 1년제 학교 형태다.

단재고등학교도 2023년 문을 연다. 기존의 일반고, 특성화고 등과는 다른 방식의 배움, 좀 더 열린, 좀 더 먼 관점에서 체험과 사색, 배움과 실천을 통해 성장을 추구하는 학교다.

상처받은 아이도 다른 아이도 모두 우리의 아이다. 자라지 않는 나무가 없는 것처럼 배움의 길을 찾지 않는 학생은 없다. 그렇기에 더없이 소중한 존재들이다. 충북의 대안교육에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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