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다연 청주시 흥덕구 민원지적과

엄마와 나는 유난히 다큐멘터리를 좋아한다. 동물과 역사 쪽에 관심이 많은 편인데, 다큐멘터리라면 굳이 가리지 않고 보는 편이다.

그러나 그중에도 환경문제는 미안하고 속상하고 불편하고, 이런 복합적인 마음 때문에 피하게 되는데 우연히 고래에 대한 얘긴 줄 알고 속아서(?) 본 다큐멘터리가 있다. 제목은 '플라스틱, 바다를 삼키다'이다.

제목을 먼저 봤으면 속지 않을 수 있었는데…지금은 속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린 시절부터 흰긴수염고래에 매료됐던 저널리스트 크레이그 리슨은 마침내 고래를 만나기 위한 바다 탐험에 나선다.

하지만 그의 눈 앞에 펼쳐진 것은 고래가 유영하는 아름답고 푸른 대양이 아니라 크고 작은 플라스틱 쓰레기로 뒤덮여 고래의 생명마저 위협하는 오염된 바다이다.

그는 필리핀의 쓰레기 마을과 플라스틱을 수입한 후 주민의 건강이 위협받는 투발루 등 전 세계 20여 곳의 장소를 프리 다이버 타냐 스트리터와 함께 찾아다닌다.

그리고 여러 분야의 과학자와 생태 연구자들이 경고하는 대로 바다와 바다 생물, 나아가 인류가 처한 위험에 대해 탐구한다.

현대 사회가 무한대로 생산하고 쉽게 버리는 플라스틱이 어떻게 지구 생태계를 위협하는 주범이 되고 있는지를 면밀히 보여줬다.

그는 우리가 즉시 실행할 수 있는 해결 방안까지 모색하는 이 다큐멘터리로 세계 각지의 영화제에서 수상했다.

영화를 보면서 환경 실태의 심각성을 수치로 한 번, 시각적으로 한 번 느꼈다.

수치로는 한 해에 전 세계에서 3억t의 플라스틱 제품이 생산될 것이고 2050년에는 3배가 늘어난다는 것, 태어난 지 90일 된 새 체중의 15%가 플라스틱이며, 이는 인간의 몸에 플라스틱 6~8㎏이 있는 것과 같다는 걸 보고 나서는 미래를 걱정할 게 아니라 당장의 현실이 이만큼 심각하다는 것을 또 한 번 뇌에 새기는 느낌이었다.

시각적으로는 고래가 비닐 때문에 소화기관이 막혀 죽고, 거북이가 플라스틱 때문에 잠수를 못 하는 장면, 아이들이 플라스틱을 녹여 액세서리를 만들다 기침을 달고 사는 장면을 보고 동물이 한 일이 아닌데도 고통스럽게 살다 죽는 것과 당장 자신의 삶을 바꾸기 힘든 어린아이들이 자신이 버리지도 않은 쓰레기가 가득한 심각한 환경에서 자란다는 게 안타까웠다.

자신이 한 일이 아님에도 힘든 상황에 처하는 것, 목숨에 위협을 받는 것은 누구도 원하지 않고 당하지 않으려 할 텐데도 쓰레기가 가득한 곳에서 사는 아이들과 동물이 왜 피해를 봐야 하는지 마음 아프고, 많은 생각이 들었고 스스로 되돌아보고 반성하게 됐다.

그 후로 나는 식료품을 사러 갈 때 비닐봉지를 쓰지 않기 위해 장바구니를 챙기기로 했다.

최대한 배달음식은 피하고, 생수는 이제 사 먹지 않으며, 커피숍에서 커피를 살 때 되도록 일회용 컵을 받지 않고 텀블러를 가지고 다니려고 노력하고 있다.

제일 중요한 건 환경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는 것이다. 영화 속 자막처럼 '현실을 알아야 관심을 두게 되고 관심에서 변화가 오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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