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선 한국효문화진흥원 효문화연구사업단 대리

▲ 김지선 한국효문화진흥원 효문화연구사업단 대리

우리나라에는 존댓말 문화가 있다. 이런 문화 때문인지 사람들은 나이가 얽혀 있을 때 존댓말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

나도 사회생활 전까지는 나보다 나이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반말을 하는 것이 당연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고, 나 또한 어린 사람들을 대할 때 그랬었다. 존댓말은 손아랫사람이 손윗사람에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회에 나와 보니 그 고정관념이 깨지게 되었다.

진흥원에 근무하며 다양한 연령층을 응대하는 일이 많아졌다. 상대방의 나이가 많든 적든 나이에 상관없이 사용한 존댓말의 대가는 생각보다 가혹했다. 너무 공손했던 탓일까? 목소리가 어른스럽지 못해서였을까? 70~80%의 어르신들은 문의하러 전화한 기관의 직원인 나에게 "이것 좀 알려줘.", "이게 그거 맞느냐?", 심지어는 "네가 아까 그렇게 말했잖아?"라며 반말로 응답해주셨다. 곱게 말했는데 밉게 돌아왔다.

최근 인터넷에서 본 유머 글 중에 이런 글이 있었다. 서비스 업체의 한 직원과의 대화에서 존댓말로 응대했으나 반말로 대답하는 상대방에게 똑같이 반말로 대답하니 존댓말이 돌아왔다는 글이었다. 곱게 말했을 때보다 밉게 말했을 때 오히려 예의를 차리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마냥 웃을 수만은 없었다.

'가는 말이 고우면 얕본다.'

개그맨 박명수가 한 말이다. 가는 말이 고우면 오는 말도 고왔던 시대는 지났다.

상대방보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자신은 윗사람, 상대방은 아랫사람이라 생각하여 무작정 가르치려 하고 대접만 받길 원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나이는 존중과 존경의 근거가 될 수 없으며, 또한 그것은 나이의 상하관계에서 나오지 않는다. 존중과 존경은 우리가 상대방을 대하는 언행과 태도에서 나오는 것이다. 변화하는 시대에서 존댓말은 아래에서 위로 하는 수직적인 것이 아니라 사람 대 사람으로 하는 수평적인 존중의 표현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새 시대의 효문화가 그러하듯 새 시대의 예를 갖추어 '가는 말이 고우면 오는 말이 곱다.'는 이 속담이 통용되는 사회가 다시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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