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워낭소리서 아버지 모습 떠올려
부모님 일생… 희생·내리사랑의 표본
생전 베풀어주셨던 마음 잊지 않기를

▲ 문희봉 명예기자
▲ 문희봉 명예기자

무릇 과거는 미래를 비추는 거울이라고 했던가. 얼마 전 지인이 보내온 동영상으로 '워낭소리'를 감상했다. 주인공인 노인의 행동거지 하나하나에서 아버지의 뒷모습을 보았다. 내 어린 시절 두루마기 자락 휘날리며 할아버지 제사 모시러 읍내로 가시던 활기찬 모습이 내 눈에 들어왔다. 초등학교 입학하던 날 나를 데리고 징검다리를 뛰어 건너시던 40대 중반의 모습도 들어왔다.

물구덩이 논에서 볏단을 들어내 둑으로 건져 올리던 일, 못자리의 피를 뽑아내는데 유독 내 장단지로만 거머리들이 몰려들어 물던 일, 벼 베기를 하면서 볏잎에 긁혀 상한 피부 때문에 고생하던 일, 보리타작하던 마당을 지나가다가 터럭이 몸속으로 달려들어 몇날 며칠 가려움증으로 고생하던 생각들이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러면서 사이사이 아버지의 뒷모습이 너무나 선명하게 보였다. 하얀 이를 드러내며 활짝 웃으시는 모습 뒤에 내 어린 시절이 잘 여문 포도송이처럼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부모님의 일생은 고난의 연속이었지만 희생, 베풂, 내리사랑의 표본이었다. 당신은 그 고난이 자식들의 미래를 위해 비옥한 토양을 만들어내는 텃밭이라고 생각하셨다.

굽은 허리 펴질 사이도 없이 또 허리 굽혀 일해야 하는 주인공, 이건 주인공의 운명이자 숙명이라 느껴진다. 잠시도 일손을 놓고서는 살아갈 수 없는, 큰 죄라도 짓는 것같이 느끼는 그 순박한 성품의 소유자인 영화 속 주인공은 바쁘다는 핑계로 제대로 챙겨드리지 못한 우리 부모님 자화상이고, 불편함을 감수하고 힘겹게 농사짓는 그 터는 가파른 경제 성장으로 기억 속에서 잊혀진 고향으로 느껴진다.

두 시간여를 달려간 아버지의 유택에서 나는 진한 그리움을 건져 올린다. 자주 찾아뵙지 못한 시간들이 무성히 풀섶을 이루고 있다. 진한 초록 물결을 자랑하는 풀섶들이 파도 치기를 하고 있다. 생전 베풀어주셨던 목단꽃처럼 묻어나는 아버지의 사랑이 동녘 하늘을 아름답게 채색하고 있다.

'워낭소리'를 감상하고 나니 고향집에서 부활하는 그리움을 동반한 내 피붙이 옥동자를 순산하는 기쁨을 맛볼 수 있었다.

문희봉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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