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종태 대전 서구청장

어제 아침 지역 일간지에서 본 사진 한 장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서구보건소 선별진료소의 의료진 2명이 방호복과 마스크를 벗지도 못한 채 잠시 바람을 쐬고 있는 모습이었다.

사진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방호복 안은 뜨거운 열기로 가득하고 의료진의 몸은 땀범벅이 되었을 것이다.

한낮 대전 기온은 35℃에 육박했다.

코로나19(이하 코로나) 검사를 받기 위해 다시 긴 줄이 이어졌다.

잠시 마스크를 벗을 시간도 없을 것이다. 글자 그대로 사투(死鬪)의 현장이다.

우려했던 일이 발생했다.

한동안 주춤했던 코로나가 다시 확산하는 2차 대유행의 위기다.

긴 장마가 지나간 뒤 대전을 비롯한 전국 대부분 지역에는 폭염 특보가 내려진 가운데 찜통 같은 무더위가 절정을 치닫고 있다.

코로나 최전선의 의료진은 찜통더위에 찜통 방호복까지 견뎌야 하는 이중 삼중고를 겪고 있다.

집중호우로 피해를 본 지역의 수재민도 아물지 않은 상처를 간직한 채 코로나와 폭염에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모두가 지친 상황, 결국 의지할 곳은 수준 높은 시민의식이다.

‘나를 지키는 것이 곧 공동체를 지키는 지름길’이라는 협력과 참여의 정신이다.

‘이웃이 건강해야 나의 건강도 지킬 수 있다’는 건전한 공동체 의식이다.

다행히 우리는 이번 여름을 거치며 두 가지 소중한 경험을 했다.

코로나와의 전투를 치르며 우리는 정부의 적극적인 방역 대책과 의료진의 헌신, 여기에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빛을 발하면 어떤 바이러스의 위협도 막아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이러한 수준 높은 시민의식은 수해 현장에서도 그대로 재현됐다.

지난달 말, 수마가 할퀴고 간 자리에는 망연자실한 주민을 돕기 위해 온정의 손길이 줄을 이었다.

물이 빠지자 자원봉사자들은 각지에서 한걸음에 달려왔다.

이들은 무더운 날씨와 시도 때도 없이 퍼붓는 빗속에서 집안 정리부터 청소까지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생수와 건강음료, 빵, 라면, 선풍기, 메트리스 등 먹거리부터 생필품까지 각계각층의 기부 물품도 쇄도했다.

2주 만에 성금과 물품 등의 현물가액이 1억원을 훌쩍 넘겼다.

수해 현장에서 흙과 땀으로 뒤범벅된 채 휴식을 취하던 자원봉사자, 방호복도 벗지 못한 채 더위를 식히는 의료진의 모습을 보며 다시 마음을 다잡는다.

육체적·심리적 피로감이 지속되면서 방역의 긴장도가 느슨해진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다. 공포와 저항을 이기는 힘은 결국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협력뿐이다.

그것이 가족과 이웃, 공동체를 지키는 최선의 방법이다.

동시에 그것이 코로나 최전선에서 오늘도 사투를 벌이는 의료진의 땀을 닦아주는 일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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