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재단 “국민銀 5000만원 전달… 4년간 2억기부 약정” 보도자료 배포
市금고 재지정 절차 앞둔 시기라 타 은행들 긴장… 그 후 재단에 후원금 無
국민은행 “추석맞이 행사 단발성 후원… 기부금, 시금고 지정과는 관계없어”

[충청투데이 이재범 기자] KB국민은행이 천안시 금고 선정을 앞둔 2016년 천안시복지재단에 4년간 총 2억 원 규모의 기금을 후원하기로 한 약속과 관련해 진실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당시 첫 후원금으로 5000만 원을 낸 이후 현재까지 나머지 돈을 내지 않고 있는 것인데 은행과 재단 양 측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어서다.

24일 국민은행과 천안시복지재단(이하 재단) 등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2016년 9월 2일 천안 남산중앙시장에서 추석맞이 'KB전통시장 사랑나눔' 행사를 가졌다. 이날 행사에서 국민은행은 지역 취약계층 복지향상을 위한 기부금 5000만 원을 재단에 전달했다. 전달식에는 구본영 당시 천안시장과 윤종규 전 KB국민은행장, 문은수 전 재단 이사장 등이 함께했다. 이후 재단 발 보도자료에는 ‘국민은행은 올해 5000만 원을 시작으로 4년간 총 2억 원의 기부를 약정했다’는 문구가 들어갔다. 재단이 배포한 보도자료는 몇몇 지역 언론사 등을 통해 보도됐다. 국민은행이 거액의 후원금을 낸 당시는 천안시가 향후 4년간 시 예산을 맡길 금고 재지정과 관련한 절차를 앞둔 시기와 맞물린다.

그해 10월 이뤄진 금고 지정 경쟁에는 4개 시중은행이 참여하며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상당한 액수의 기부금에다 은행장까지 직접 천안을 찾았던 것에 대해 타 은행들이 크게 긴장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국민은행은 당시 금고 지정 경쟁에서 탈락했다. 그런데 취재 결과, 국민은행은 당시 5000만 원 외에 재단에 돈을 내지 않았다.

재단 관계자는 “첫 기부금 전달 이후에는 국민은행으로부터 들어온 후원금은 없다”며 “저희도 내부적으로 국민은행에서 2억 약정했는데 한 번 후원하고 안 한다는 얘기가 나온 적은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이와 관련한 약정서마저 존재하지 않아 궁금증을 더하고 있다. 당시 업무를 봤던 재단 관계자는 “약정서까지 준비했는데 다들 바쁘셔서 서명을 못 받았다. 나중에 언론보도로 약정서를 갈음하자는 합의가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국민은행 측의 입장은 재단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추석맞이 행사는 전국적으로 이뤄졌고, 천안 역시 단발성 후원이었을 뿐 재단 측에 별도로 정기적인 후원을 약속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은행 측은 당시 자체적으로 만들어 배포한 행사 보도자료를 근거로 들었다. 하나의 행사에서 파생된 은행과 재단 발 보도가 큰 차이를 보이고 있었던 셈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재단이 약정과 관련한 내용을 보도자료에 넣은 이유가 무엇인지는 알 수 없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이 관계자는 잘못된 보도가 나갔다면 체크해서 수정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다만 "기부금은 시금고 지정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천안시는 25일 오전 10시부터 금고지정심의위원회를 열고 금고지정 공개경쟁에 참여한 금융기관들의 제안(신청)서를 심의한다. 이번 금고지정 공개경쟁에는 NH농협은행과 KEB하나은행, KB국민은행이 참여했다.

천안=이재범 기자 news7804@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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