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래 유성구청장

유성IC에서 북쪽으로 2㎞쯤 달리면 우측에 유연한 돔 형태의 건축물이 눈길을 끈다. 하이테크 건축의 대가 노먼 포스터(1935~)가 설계한 민간연구소 한국테크노돔이다. 애플신사옥 설계자이기도 한 그는 독일 국회의사당을 리모델링해 숱한 화제를 뿌렸다. 공공건축물은 대게 딱딱한 이미지를 풍기지만 독일이나 방글라데시의 국회의사당은 관광명소로 인기가 높다.

1894년 세워진 독일 국회의사당은 방화와 2차세계대전 폭격 등 숱한 고초를 겪었다. 제국주의 상징이었던 이 건물은 1990년대 리모델링을 거쳐 통일독일의 국회의사당으로 위상을 되찾았다. 당초 이 건물에는 금속재질의 돔이 있었다.

19세기 후반 건축양식은 권력의 상징으로 교회나 왕궁에 묵직한 돔을 얹었다. 노먼 포스터는 돔을 권위가 아닌 소통과 개방, 민주주의의 상징으로 반전시키기 위해 재질을 유리로 바꿨다. 탐방객들은 유리돔 안에 설치된 나선형 계단을 돌면서 베를린 시가지를 조망할 수 있다. 발 아래로 의원들의 의정활동도 지켜볼 수 있다. 정치가 국민 위에 군림하는 게 아니라 국민의 뜻을 섬긴다는 교훈이 국회의사당 건축구조에 박혀있다.

방글라데시 국회의사당은 20세기 최고 건축유산으로 추앙받는다.

호수와 의원 숙소 등 부대시설까지 합쳐 80만㎡의 국회의사당 지구는 당대 최고 건축가인 루이스 칸(1901~1974)이 설계와 도시계획을 맡았다. 칸은 뉴욕 기차역에서 돌연사 할 때까지 13년간 방글라데시 국회의사당 건축에 매달렸다.

그가 죽은 지 9년이 흐른 1983년이 되어서야 국회의사당이 완공됐다. 칸의 아들이 아버지의 흔적을 쫓아 제작한 다큐멘터리에는 시민들이 국회의사당 공원에서 물놀이와 산책, 운동을 즐기는 장면이 나온다. 1칸의 염원이었던 가난한 나라의 민주주의와 개방성을 엿볼 수 있다. 방글라데시에 큰돈이 투입되는 국회의사당을 건설하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건축 과정에서 관료의 부패가 드러나기도 했지만 지금은 국격의 상징이 됐다.

우리나라 국회의사당에도 돔이 있다. 한때 돔 안에 마징가제트가 지구를 구하기 위해 24시간 출동대기를 하고 있다는 ‘아제개그’가 떠돌았다. 당초 여의도 국회의사당 설계도면에는 돔이 없었다. 국가를 대표하는 건축물에는 돔이 있어야 한다는 권력층의 압력에 지름 64m 짜리 구리 돔이 들어섰다고 한다. 독일과 방글라데시는 국회의사당 설계를 외국인에게, 우리나라는 국내 건축가에게 맡겼다는 차이점이 있다.

방글라데시도 당초 자국의 건축가에게 맡겼지만 그는 현명하게 스승인 루이스 칸에게 바톤을 넘겼다. 권력의 간섭으로부터 어느 정도 자유로워진 요즘 우리나라에도 국내외 유명 건축가가 설계한 명소가 탐방객들에게 풍부한 영감과 스토리텔링을 안겨주고 있다.

건축가들에 따르면 그간 건축물의 주요 구성요소가 목재와 철근콘크리트, 유리, 엘리베이터 등의 무기물이었다면 4차산업혁명시대에는 디지털과의 융합을 통한 유기체로 진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칭송 받는 루이스 칸이나 프랭크 게리, 노먼 포스터, 안도 다다오의 건축세계를 뛰어넘는, 자연과 인간과 함께 호흡하는 스마트 건축·도시계획이 새롭게 떠오른다는 얘기다. 유성을 지탱해온 전통온천지구도 새로운 트렌드나 디지털과의 융합을 통해 스마트온천지구로 거듭나야 지속가능하다. 마침 구는 올해 중앙정부가 주관한 ‘온천지구 관광거점 조성사업’에 최종 선정되고 지자체 중 유일하게 ‘올해의 과학문화도시’로 뽑혀 많은 사업비를 지원받는다. 전통관광산업인 온천지구를 4차산업혁명의 선도도시다운 스마트 핫 플레이스로 우뚝 서도록 지역의 우수한 역량을 결집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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