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관련 업무 남았는데
신규 고객 유치 압박 강해져
할당량 못채우면 각종 패널티
곧 2금융권·카드사 마저 참여

[충청투데이 권혁조 기자] #. 충청권 소재 시중은행에서 근무하고 있는 A과장은 30대 후반의 나이에도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한 위장병과 혈압, 고지혈증, 탈모 등으로 하루에 먹는 약만 수십 알이다. 결혼 초기에는 불임 걱정으로 아내 몰래 병원에 다니기도 했다. 그는 “신규 상품이 출시될 때마다 할당량을 맞추기 위해 고객들에게 카드 발급, 앱 가입을 구걸하다시피 부탁을 한다”며 “밖에서는 은행원들에게 ‘신의 직장’에 다닌다고 하는데 안에서는 ‘을 중의 을’에 불과하다”고 토로했다.

금융권의 오픈뱅킹 서비스 강화에 은행원들의 한 숨이 깊어지고 있다.

오픈뱅킹(하나의 앱으로 모든 은행의 계좌 조회, 결제, 송금까지 가능한 금융서비스)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은행들의 경쟁이 심해지면서 기존 업무에 ‘오픈뱅킹 신규 고객을 유치’라는 지침까지 내려오면서 극심한 업무 과부하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13일 은행권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비대면·디지털 문화가 가속화되면서 각 은행들은 오픈뱅킹 서비스 강화에 몰두하고 있다.

은행들은 모바일뱅킹 앱의 메인화면을 오픈뱅킹으로 바꾸고 다른 은행의 계좌조회나 이체, 충전, 잔액 모으기까지 다양한 기능들을 출시하며 금융소비자들을 현혹하고 있다.

은행들이 앞다퉈 오픈뱅킹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는 이유는 하나의 앱으로 모든 은행의 업무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내달부터는 은행뿐만 아니라 2금융권, 카드사까지 오픈뱅킹이 허용되면서 앞으로 금융사간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문제는 각 은행마다 오픈뱅킹 서비스 강화에 그치지 않고 신규 가입자를 늘리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는 점이다.

지점마다 할당량을 채워야 한다는 지침이 내려오고 있고, 이에 미달될 경우 ‘승진’에 결정적인 사유가 되는 인사고가에서도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분위기까지 형성되고 있다.

이에 은행원들마다 고객은 물론 지인들에게 앱 가입을 사정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하지만 오픈뱅킹 누적 가입자 수가 4096만명(지난달 기준, 금융결제원 자료)에 이른 상황에서 신규 가입 또한 쉽지 않은 상황이다.

만약 본인의 몫을 해내지 못하면 책임액을 채우기 위해 동료의 몫이 늘어나고, 실적 미달자에 한해서는 각종 패널티를 부여한다는 은행 관계자의 설명도 잇따른다.

또 상반기부터 계속된 코로나19관련 각종 금융지원 등 업무가 남아있는 상황에서 ‘오픈뱅크 신규고객 유치’라는 업무가 더해져 은행원들은 극심한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심지어 정부의 부동산대책의 잇단 개정으로 부동산 대출관련 업무를 하는 일부 직원들은 관련 내용을 숙지하기 위해 주말도 반납하는 상황에 이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오픈뱅킹 가입자를 늘리라는 지침에 은행원들은 더 이상은 참기 힘들다는 분위기다.

지역의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말에 가족들과 편히 쉬었던 날이 언제였나 가물가물하다”며 “실적을 채우기 위해 지인들에게 전화를 돌리면서 카드팔이, 앱팔이라는 비아냥을 들을때마다 자괴감이 크다”고 말했다. 권혁조 기자 oldboy@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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