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문 대전시 자치분권국장

우리나라에서 첫 코로나19(이하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한 지난 1월 20일 이후 7개월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1명에서 시작한 확진자는 1만 4000명이 넘게 늘었고 대전 역시 160명을 넘어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하지만 더 놀라운 것은 5000만명에게 닥친 삶의 변화다.

아침에 일어나 뉴스를 통해 전달되는 어제의 숫자를 듣고 늦은 밤 잠들기 전에도 오늘의 숫자를 들으며 하루를 마무리 한다.

외출할 때는 당연히 마스크를 써야 하고 마스크 없이 밖에 나가본 적이 언제인지도 가물가물하다.

휴일에는 여행이나 외출보다는 집에 머물고 가족과 함께 하던 외식도 스마트폰 앱을 통해 주문되어 현관 앞에 놓고 간 배달음식으로 대신한다.

코로나를 겪으며 모든 국민들의 일상이 변한 것처럼 재난 극복을 위한 노력의 주체도 변했다.

확진자가 발생하면 지방자치단체에서 발생 내용을 공개하고, 확진자 동선을 찾아 주민들이 유의해야 할 상황에 대해 알린다.

주민들도 중앙정부의 발표보다는 지방자치단체장의 브리핑과 홈페이지에 공개된 확진자 정보에 더 귀 기울인다.

뿐만 아니라 재난극복을 위한 다양한 정책들이 지방자치단체 주도로 발표되거나 시행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먼저 주장한 긴급재난생계지원금, 경기도가 제안한 재난기본소득, 세종시와 고양시에 최초로 설치된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 등 재난현장, 즉 시민들의 삶에 더 밀접한 지방자치단체가 관련 정책을 먼저 제안하거나 시행하고 중앙정부가 이를 전국으로 확산하는 방식으로 정책의 주체도 변했다.

대전시도 코로나 확산 양상에 따라 감염병 대응을 위한 조직과 인력을 유동적으로 조정하고 국가 전체적인 대응체계에 더해 최근까지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함으로써 최근 코로나 재확산에 효과적으로 대처해 왔다.

또한 정부형 긴급재난지원금에 앞서 대전형 긴급재난생계지원금을 지원하고 침체된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지역화폐 ‘온통대전’을 발행하기도 했다.

이러한 사례를 보면 코로나로 인해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나라의 모든 부분이 위축되고 있지만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사이에서는 실질적인 자치분권이 실현되고 있다고 느껴진다.

‘자치(自治)’라는 단어는 “자기의 일을 스스로 처리”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어떠한 상황에서 해야 할 일을 스스로 결정하는 것은 물론 결과에 책임을 진다는 뜻도 포함하고 있다.

코로나의 양상과 이에 대처하는 지방자치단체의 모습은 주민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행정기관이 자신들이 보유한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재난극복을 위한 지역별 정책을 구상하고 시행한다는 점에서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자치분권’의 지향점으로도 볼 수 있다.

이제 코로나가 가져온 실질적 자치분권의 모습을 제도로서 강화시켜야할 시점이다.

이와 관련된 지방자치법 개정안도 지난달 국회에 발의됐다.

지방자치단체의 행정권한과 재정력을 확충하고 주민들의 지방자치단체 행정에 대한 참여 기회를 높이는 등 현재보다 진일보한 자치분권의 모습을 담고 있다.

코로나 극복 과정에서 겪은 실질적 자치분권의 경험으로 인해 20대 국회에서 지방자치법 개정안이 폐기된 것과 같이 제도화 과정이 중단되거나 이를 되돌리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번 경험이 재난뿐만 아니라 경제·복지·문화 등 행정의 모든 분야에서 실현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우리 시도 정부의 법 개정 노력에 맞춰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주민참여예산 확대와 참여방법의 다양화, 지역균형발전기금 400억원 조성, 자치법규 제·개정 시 자치구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는 자치영향평가 실시 등 지방자치단체 입장에서 실현 가능한 자치분권을 이미 실천하고 있다.

다만 자치분권은 특정 지역과 자치단체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제는 불가역적인 정치적 제도일 뿐만 아니라 주민들의 일상이 된 만큼 조속한 입법이 이뤄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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