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서예진흥원 유치 목표
“서예 붐 다시 일으키고파”
대전시립미술관서 서예전

▲ 봉산 송승헌 선생. 본인 제공

[충청투데이 서유빈 기자] “서예는 빨리 도달하는 것보다 느리더라도 머리와 손이 같이 가는 게 중요하죠.”

신속·정확이 미덕으로 여겨지는 세상에서 느린 정도(正道)를 고수하는 서예가가 있다.

올해로 40여 년째 대전지역을 터전으로 서예 외길을 걸어온 봉산 송승헌 선생이다.

봉산 선생은 동춘당 송준길과 우암 송시열 선생의 후손으로 선조들의 선비정신을 이어가고 있다.

봉산 선생은 “어린 시절 집안에서 어른들이 글씨 쓰시는 걸 어깨너머로 보다가 82년도에 대학에 입학하면서 정식으로 서예를 배우게 됐다”며 “민주화 운동 물결이 한창이던 대학시절에는 우리나라 전통 정신을 서예로써 잇는 게 나라를 지키는 방법일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붓을 잡았다”고 말했다.

평생을 대전에서 지낸 ‘대전사람’이라고 스스로를 지칭하는 봉산 선생은 지역에 대한 주인의식과 애착이 남다르다.

봉산 선생은 “2019년 대전시미술대전에서 수상의 영예를 안은 이후 큰 책임감을 느끼며 서예를 통해 살기 좋고 살맛 나는 지역을 만드는데 힘을 쏟겠다고 다짐했다”며 “대전의 접근성을 살려서 서예 박물관이나 전시실 등 공간을 확보하고 서예 진흥원을 유치하고 싶다”고 전했다.

이어 “17·18세기 빛나는 서예가들이 각광받지 못하고 잊혀 가는 게 너무 아쉽다. 예전의 서예 붐을 일으키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덧붙였다.

그는 현재 대전시민대학에서 지역민들에게 서예를 가르치며 느림의 미학을 전하고 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서예의 길을 걸어가는 후배들에게 조언도 남겼다.

봉산 선생은 “욕속즉불달(欲速則不達: 서두르다 보면 목적을 이루지 못한다)이라는 말이 있다”며 “표현력이 생기려면 노력과 인성이 갖춰져야 한다. 급하게 성과나 결과를 바라며 기교에만 기대지 말라”고 조언했다.

마지막으로 지역 문화 부흥에 대한 질문에는 “문화는 삶을 담는 그릇이고 문화로 인해 삶이 꽃피워지고 결실을 맺는다”면서 “편중된 문화는 바람직하지 않으며 생각을 담은 다양한 문화, 즉흥적이고 일시적인 것보다는 오래가고 담백한 문화가 지역에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한편 ‘봉산 송승헌 서예전’은 대전시립미술관에서 13~18일 개최된다.

서유빈 기자 syb@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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