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충남대병원, 산후출혈 진료 불가
40분 거리 대전본원 이송… 끝내 숨져
위급환자 돌볼 병동 부족·인턴도 없어
병원 측 “전문의 확충 등 재정비 약속”

[충청투데이 이승동 기자] "세종시 응급의료시스템은 붕괴위기다. 생사를 결정지을 수 있는 최소한의 시간 내 이송할 수 있는 대형병원은 단 한곳도 없다.”

응급 상황에서 인명을 구조할 수 있는 금쪽 같은 시간인 ‘골든타임’을 앞당기지 못한 채, 임산부 딸을 떠나보내야했던 한 유족의 발언은 충격을 줬다.

◆ ‘격분’

세종시의 처참한 의료 현실이 시민들의 격분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세종충남대병원을 뒤로한채 40분 거리의 대전충남대병원 본원 행을 택한 한 임산부가 목숨을 잃는 사건이 벌어지면서다.

사건은 지난달 27일 오후 3시 41분, 세종시 A 산부인과에서 벌어졌다. 출산 집도 의사는 막 출산한 산모를 대형병원으로 옮겨야했다. 분만 후 출혈은 대형병원 전원조치를 불렀다. 유족 측은 당장 을지대병원, 건양대 병원 이송을 시도했지만 진료불가 통보로 실패하면서, 결국 대전충남대병원 행을 택해야만했다. 산모는 이송 과정, 의식을 잃은 지 두시간여 만에 목숨을 잃었다.

119 신고 현장도착 오후 3시 44분, 현장출발 오후 3시 53분, 대전충남대병원 도착 오후 4시 28분. 소방본부 출동일지에 담긴 내용이다.

세종충남대병원.
세종충남대병원.

의문점은 ‘왜 차량으로 5분 거리에 위치한 세종충남대병원 이송을 포기했느냐’ 등 곳곳에 남는다. 볼품 없는 지역 응급의료 시스템을 보면 쉽게 알아챌 수 있다. 특히 세종충남대병원에 시선이 고정된다. 이 병원은 개원과 함께 소방본부에 산후출혈 응급진료 불가를 알린 것으로 확인됐다. 출산 후 산모 출혈에 대비한 비상진료체계를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과수 부검과 함께 경찰 조사가 이뤄지고 있는 이번 사건은 의료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사건총괄팀 박상준 조사관은 “출산 중 사망으로 인한 의료 분쟁 조정, 중재 요청이 종종 있다. 의료 과실로 분쟁이 접수된 사건 감정은 객관적인 자료로 감정이 이뤄진다. 병원과 환자 측의 주관적인 실체 파악이 다소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 응급의료 체계 보완 시급

세종충남대병원의 정상적 응급의료 기능 수행이 시급하다. 응급 진료과목 확대, 인턴 및 전공의 확보 등 응급의료 체계 보완작업이 절실하다는 게 핵심이다.

세종충남대병원이 소방본부와 공유한 응급실 진료과 현황을 보면 △ 산후출혈 진료불가 △ 흉부외과 및 피부과 이비인후과, 치과 진료곤란 △ 정신건강의학과 외래 중심 진료가능(입원 불가) △약물중독 진료불가 등으로 구분된다. 위급한 상태를 돌보는 대세병동은 없다.

의료인력 수급난과 맞물려, 환자진료 필수 의료진인 ’인턴 및 전공의’ 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도 또 하나의 악재로 덧대졌다. 일부 응급환자의 경우, 세종충남대병원의 도움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소방본부 한 관계자는 “구급대원들 사이에서 응급의료 시스템 자체가 정상적으로 돌아가지 않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있다”며 “24시간 응급의료 시스템을 갖추려면 전문의가 여러명 있어야 하는데 현재로선 미흡하다는 게 대체적 의견이다. 정형외과 중 미세 접합 역시 불가능하다. 결국 타지 병원으로 이송할 수 밖에 없다. 정상적 운영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지역병원 한 관계자는 “인턴 수련병원으로 지정이 돼있는지 여부도 확인해봐야한다. 인턴이 없다보니 사실상 세심한 의료활동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충남대병원은 응급의료 시스템의 신속한 재정비를 약속했다. 병원 관계자는 “산부인과 교수 수급이 어렵다. 산부인과 전문의 구하기는 전국적으로 하늘의 별따기다. 현재 4명을 확보했지만 완벽하게 운영되기 위해선 인력을 더 늘려야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재정비 안된 부분은 신속히 보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 응급 10건중 7건 타지역 이송

세종소방본부가 제공한 지난해 세종시 119 응급이송지역 현황을 보면, 10건 중 7건은 인근 대전, 충북으로 이송됐다. 세종충남대병원 개원 전 이송 비율은 대전 26.1%, 충북 37.4%, 충남 7.2%인 것으로 나타났다. 세종지역 이송 비율은 29.3%에 그쳤다.

지역 병원 한 관계자는 “세종지역 응급환자들의 경우, 골든타임을 놓칠 가능성이 크다. 오히려 세종충남대병원의 등장으로 일부 응급환자의 경우, 시간을 허비할 우려가 크다. 당장 세종충남대병원을 찾은 뒤 다시 타 지역 병원으로 발길을 돌려야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때문이다. 응급의료시스템이 시급히 보완돼야한다”고 말했다.

이승동 기자 dong79@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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