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전배 천안예술의전당 관장

TV채널마다 오디션프로그램 잔치다. 음식 콘텐츠에 밀리지 않는 편성이다.

개인과 아이돌그룹의 등용문은 <슈퍼스타K>, <프로듀스101>등이 있다. 출연자들이 전국 각지에서 구름처럼 몰려온다. 노래를 즐겨 부르는 이들이 그리도 많은가 싶다. 냉엄한 심사평에 눈물을 흘리고 칭찬 한마디에 세상을 얻은 듯 기뻐한다. 사연 없는 출연자가 드물다. 데뷔 준비하는 연습생, 꿈을 놓지 못하는 무명가수, 반백(斑白)의 중년도전자도 즐비하다. 경연이 치러지는 동안 숱한 이야기가 생산된다. 시청자들은 묘한 대리만족을 느끼며 하나둘 그들의 팬이 되어간다.

<팬텀싱어>는 시즌마다 우리노랫말이 시청자를 매혹시킨다. 유려한 선율이 감동을 준다. 끼가 보이는 뮤지컬배우, 유럽등지의 해외유학파, 국내 성악전공자들도 참여한다. 최종결선까지 승자진출 방식으로 탈락자는 늘어난다. 솔로-듀엣-트리오-콰르텟으로 조합을 확장하며 새로운 화음을 만든다. 심사위원 평가와 점수가 희비를 가른다. 마지막엔 대국민 문자 투표까지 진행돼 억대 상금의 우승팀이 결정된다. 부와 명성을 얻는 '스타탄생'이다.

요즘 경연(競演)의 대세는 단연 트로트다. 프로그램명을 거론할 수 없을 정도로 허다하다. 인기는 물론 상품성과 흥행가치도 뒤따른다. TV채널은 우후죽순처럼 트로트에 올인 한다. 영원한 소재 사랑, 이별, 눈물로 중장년층에 폭발적 반향을 불러일으킨다.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 준 셈이다. 노래는 시대마다 심금(心琴)을 울리는 뛰어난 가수들이 존재했다. '아모르파티'같은 세대를 넘나드는 국민히트곡이 이어졌으면 한다.

장르를 초월하여 연예인을 꿈꾸는 것은 매력적이다. 예능인으로 성장하려는 소망도 가상하다. 그러나 세상은 누구에게도 녹록하지 않다. 초등학생들의 성인가요 경연도전은 우려된다. 맷집 약한 아마추어가 링에 섣불리 뛰어드는 것 같다. 어린 트롯신동, 댄스천재라는 별칭은 감사하다. 재능을 인정하고 용기를 북돋아주는 격려도 필요하다. 불현듯 송나라 고사 조장(助長)이 떠오른다. 예술이든 체육이든 재능을 발견하고 진전시키기 위한 과정이 중요하다. 비바람과 태양의 어루만짐을 통해 무르익는 과일처럼 때에 맞춰 숙성하는 인내가 필요하다. 과정과 결과를 지켜봐주는 정상적 연예계 환경을 기대한다. 연출자들은 전파소비자의 취향을 꿰뚫고 있다. 그들의 생존본능이다. 방송사 직원이었다가 프리(freelancer)를 선언한다. 상상초월 몸값으로 종편에 스카우트된다. 시청률 올리기라는 소용돌이에 휩쓸린다. 극히 일부는 정석(定石)을 버리고 무리수(無理手)를 둔다. 예측불허 기획력이 난무한다. 간혹 선정성과 호기심에 천착하느라 안전사다리를 치워버린다. 급기야 각종경연에 순위조작 사건도 발생한다. 실력 아닌 편법으로 결과가 뒤바뀌기도 한다. 다뤄지는 콘텐츠 장르도 다양하다. 음식기행, 맛집탐방, 낚시체험, 해외여행, 오지탐험, 달인찾기, 커플맺기, 음악오디션 속 치열한 경쟁이 난무한다. 어느 콘텐츠가 인기 있다 싶으면 아류(亞流)라는 부끄러움도 마다하지 않고 따라한다. 그 나물에 그 밥이다. 채널특성은 사라진지 오래다. 방송의 순기능과 역기능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진실과 희망을 주는가하면 거짓과 혼란의 통로도 된다.

요즘 TV는 응당 경연의 정도를 지켜야한다. 방송은 초지일관 본령(本領)을 준수해야 한다. 방송관계자는 국민정서에 걸맞은 분별력을 견지하길 바란다. 이용자가 방관하면 폐해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

다음달 3일은 방송의 날이다. 다채널시대 방송에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당부하건대 어떠한 경우에도 '수단이 목적을 합리화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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