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6월 열린 프랑스 음악축제 사진=연합뉴스

약국 앞에서 장사진을 이루며 마스크를 구하던 때가 불과 몇달 전이다. 이즈음 마트나 편의점, 약국에 즐비하게 쌓인 마스크를 보며 시장경제, 자유로운 유통의 힘을 확인한다. 우리나라는 확진자 수가 아직 한자리~두자리 숫자를 오르내리고 있지만 수백, 수천명을 헤아리는 미국이나 유럽 국가들의 참담한 현실과 비교하며 우리 방역체계의 튼실함에 감사한다.

벌써 일곱달. 언제 끝날지 모르지만 코로나 확산과의 투쟁에서 일등공신은 뭐니뭐니해도 의료진의 헌신 그리고 마스크 착용이 아닐까. 평소 거의 찾지 않던 품목이 전국민 생활필수품이 되는 동안 마스크는 코로나 감염을 막아낸 '수훈 갑'이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나 손씻기 등도 중요한 수칙이지만 마스크로 집약되는 코로나 대항 의지는 우리 사회의 미덕으로 꼽을 만하다. 간혹 마스크 착용 소홀과 거부로 빚어지는 해프닝이 있지만 이제 생활화된 준칙으로 뿌리내린 듯하다.

미국이나 특히 유럽 여러나라에서 확진세가 여전히 고공행진을 계속하는 이면에는 젊은 세대들의 마스크에 대한 거부감, 자신의 신체에 가해지는 인위적인 통제에 대한 본능적인 반발이 크게 자리잡고 있는 듯하다. Z세대, 밀레니얼 세대로 불리는 1980년대 중반 이후 출생한 젊은이들의 마스크 거부심리는 호흡에 불편하고 안면 이물감이라는 물리적인 요인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서구인들은 대체로 자신의 자유의지에 반하는 통제에 대한 반발 본능이 강한 편이다.

특히 얼굴을 가리는 행태에 부정적인 반감도 그러하고 일상을 향유하는데 방해가 되는 이런저런 요인들을 터부시하는 의식과 감성이 결과적으로 마스크 회피라는 집단의식으로 표출된 셈이다.

삶을 즐기자는 본능적인 취향을 방해하는 그 어느 것도 단호히 배척하는 심리는 결과적으로 서양의 코로나 방역에서 상상을 초월하는 초라한 현실로 나타나고 이른바 선진국의 민낯을 여과없이 보여주었다. 마스크를 쓰지 않고 거리두기에 무심한 강대국의 실상은 생각보다 취약했던 것이다.

파행적인 학사일정 끝에 여름방학에 접어들었지만 이제 머지않아 시작되는 2학기는 어떻게 진행될까. 마스크를 쓰더라도 교실, 강의실에서 전면 대면 수업이 이루어지는 날은 언제일까

<한남대 프랑스어문학전공 명예교수,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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