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10명中 7명 “졸업앨범 사진, 성범죄 악용될까 두려워”
무단게시·외모 품평하기도… 인사발령 사항도 비공개 전환

[충청투데이 이정훈 기자] 전국민적 공분을 산 ‘N번방’ 사태 이후 교육계에서 개인정보 등과 관련한 변화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사회 변화를 반영해 졸업앨범에 사진 등 교사 개인정보를 수록하지 않고, 교직원 인사발령 사항을 비공개로 전환 예고하는 등 교원의 개인정보를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5일 교육계에 따르면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 가해자 조주빈(24)이 지난 3월 검거된 이후 현직 교사와 예비 교사 등은 사회변화에 맞도록 교원들의 개인정보 보호 강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N번방 사건에 가담한 한 공범이 고교 담임교사를 7년간 스토킹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교육계에선 이 같은 사건의 원인은 ‘허술한 개인정보 관리’탓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로인해 현재 교육계에선 교직원들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우선 졸업앨범에 실린 교직원 사진이 성범죄 등에 악용될까 두려워 한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졸업앨범이 간소화 되고 있다.

실제 서울교사노조가 지난 4월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 교사 8122명 대상으로 졸업앨범 관련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교사 10명 중 7명은 ‘졸업앨범 사진이 성범죄 등에 악용될까 두렵다’고 응답했다.

부산교사노조에서도 지난달 10일부터 15일까지 지역 교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졸업앨범 제작 시 교직원의 개인정보 제공에 관한 설문조사’에서 전체 응답자 1035명 중 948명(91.6%)이 2020학년도 졸업앨범에 개인정보(사진)를 제공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N번방 사건과 같은 사이버 성범죄가 늘어나는 데다 온라인상에서 이미지가 도용되고 품평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아 ‘불안하다’는 게 가장 큰 이유였다.

대전지역도 마찬가지다

대전교사노조 관계자는 “교사들이 밝힌 피해 사례를 보면 졸업앨범에 나온 교사 사진을 동의 없이 학부모 커뮤니티에 게시하거나 학기 초 학부모 단톡방에 공유해 외모를 품평하는 식이 많았다”며 “특히 교사사진을 맘카페 등에 올린 사례가 지속발생하고 있어 교사들의 불안감이 크다”고 전했다. 현재 대전지역은 이 같은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올해부터 희망 교원에 한 해 앨범에 사진을 수록하도록 조치가 이뤄졌다. 이와함께 앞으로 교직원들의 ‘인사발령’ 사항이 비공개로 전환될 전망이다.

그동안 언론 등을 통해 공개돼 왔던 교직원들의 승진 및 전보 명단 공개를 앞으로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이와 관련해 전국 시·도교육청에게 공문을 전달하며 시행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역 교육계 관계자는 “그동안 관행적으로 이뤄지던 부분은 시대의 변화에 맞게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며 “사회 변화상을 따라가지 못한 교육계 개인정보 관련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classystyle@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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