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희 충청남도 역사문화연구원장

코로나19의 사태는 우리의 일상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사무실에 출입하기 전에 손 소독을 하고 체열을 재고, 거리를 다니거나 상점을 출입할 때도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할 정도로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이 되면서 예전 같으면 행사에 참여하는 인원이 적으면 고민이 많았지만, 이제는 참석자가 많은 것을 걱정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불과 몇 달밖에 안되었지만,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다른 곳도 마찬가지겠지만, 우리 연구원도 코로나 사태로 연구사업과 학술세미나, 워크숍 등이 하반기로 연기되거나 부득이 행사를 축소해 진행하는 등 많은 차질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젠 코로나 사태 장기화를 대비하면서 비대면·비접촉 부분들이 강조되고 온라인에서의 연결과 교류를 오프라인과 병행시키는 방향으로 스스로가 변화하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다.

우리 역사문화연구원에서는 올해 충남 홍성 출신의 백야 김좌진 장군이 청산리 전투에서 대승을 거둔 100주년으로 숭고한 희생과 애국정신을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이와관련 대규모 인원이 참석하는 국제학술행사는 비대면 방식의 유튜브 생중계로 진행된다. 명사의 기조연설을 사전에 녹화해 대형 LED로 송출하며 100여명의 전문가들이 동시에 온라인 접속을 통해 토론을 한다. 시청자들도 댓글을 통해 학술행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김좌진 장군의 정신을 배우다’라는 토크콘서트도 도서 낭독과 강연, 음악 공연이 결합된 다채로운 콘텐츠로 기획되었는데, 양승조 충남도지사, 유공자 후손 등 주요 내빈만 참석하고 영상으로 제작하여 방송으로 송출할 예정이다.

또한 ‘한국의 서원’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1주년을 기념하여 돈암서원의 문화재적 가치를 재조명하는 특별전이 8월에 개최된다. 평소 같으면 전시실에 구조물을 설치하고 그래픽 공사를 했겠지만, 이번에는 온라인 전시 플랫폼을 구축해 온라인 전시로 진행한다. 돈암서원을 형상화한 가상(VR) 전시관이 실제 전시관 역할을 수행한다. 관람객은 편안하게 가정에서 가상 전시관을 통해 유물 체험, 정보습득, 다큐 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 또한 가상공간에서 쌍방향 체험과 사계절의 변화도 느낄 수 있다.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 앞으로 세계는 코로나 이전과 이후로 나뉠 것이라고 한다. 이를 풍자해서 B.C(Before COVID-19), A.C(After COVID-19) 라는 표현도 등장했다. 이번 코로나 사태로 자연환경, 인간과 그 관계, 위생, 디지털 등 많은 부분을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결국 이기심 많은 인간의 문제로 그 원인이 귀결되지 않나하는 생각도 들게 한다. 예전과 같은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인류 앞에 놓인 위기를 기회로 극복하기 위해서는 배려하고 존중하는 마음이 더욱 절실하게 필요함을 느끼게 한다. 어려운 일은 아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미 많은 위기와 고난을 공동체의 힘으로 극복해 온 경험이 있다.

사실 언택트(Untact), 뉴노멀(New Normal)은 그 동안 조금씩 우리 사회에서 진행되었던 흐름이다. 이것이 이번 코로나 사태를 통해 조금 앞당겨졌을 뿐이라고 생각하고 위기를 더 나은 기회로 함께 만들어 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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