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희 청주시 흥덕구 노인장애인팀장

'조그맣게 살 거야'란 책이 있다. 몇 년 전부터 이슈가 되고 있는 미니멀 라이프를 다룬 책으로, 비움을 통해 삶의 가치관이나 철학까지도 세우게 됐음을 이야기하는 글이다.

왜 미니멀 라이프가 이토록 관심이 있을까. 우리나라는 6.25전쟁 이후 50~60년 만에 급속하게 성장해 GDP 순위 세계 12위를 기록하며 1960년대 세계 빈곤 국가 중 하나에서 이제는 누구나 인정하는 부유한 나라로 빠르게 성장했다.

나의 어린 시절만 해도 큰 집에 큰 차, 많은 살림살이, 그야말로 맥시멀 라이프를 누구든 추구하고 살았던 것 같다. 그것이 부의 척도이기도 했으니 말이다. 미니멀 라이프야말로 종국엔 환경으로 귀결된다고 생각한다. 최근에 이사 준비를 하면서 다시 한번 느끼는 것이지만 온갖 옷, 생활용품, 가구 등 버릴 것들이 항상 많이 나온다. 누구나 그럴 것이다. 평상시의 생활습관이 꼭 필요한 것만 사고 최소한의 소비를 했더라면 이렇게 버릴 물건들이 없었을 텐데라는 생각 때문에 아쉬움을 많이 느낀다. 지금 당장 옷장을 열어보자. 몇 년째 안 입는 옷들이 한가득인데 나부터도 또 소비한다.

또한 온라인 쇼핑 등 택배 문화가 발달하며 나오는 과대포장, 일회용품 증가로 인해 4인 가족인 우리 집만 해도 일주일에 나오는 쓰레기양이 대단하다. 간소한 포장으로 바꾸는 문화가 확산되고는 있지만 1인 가족 증가와 새벽 배송 등으로 택배 물량은 갈수록 늘고 있다.

법정 스님의 '무소유' 역시 그러하다. 갈수록 복잡해지고 욕심이 늘어나고 있는 지금 무소유를 실천한 법정 스님의 가르침이 새삼 더 와닿는다. 비움이란, 무소유란 무엇인지 한 번 더 생각해 볼 시점이다.

무엇이든 넘치는 과잉 시대를 살아가는 요즈음 행복의 척도는 필요한 것을 얼마나 많이 갖고 있는가에 있지 않다. 불필요한 것으로부터 얼마나 벗어나 있는가에 있다. 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다는 뜻이다. '미니멀 라이프'와 '법정 스님의 무소유'는 솔직히 서로 접점이 없는 듯하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소유욕을 버림으로써 진정한 평화와 자유를 얻을 수 있다는 철학적 의미로 귀결된다. 나도 조그맣게 살기로 했다. 비움으로 인해 그만큼 내 삶의 여유는 커지고 또한 지구의 환경은 더욱더 가벼워질 것이리라.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