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미 대전여고 교장

코로나19로 만날 수 없음에 마냥 기다리던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5월에서야 교정에 퍼지면서 그동안 당연하게 생각하며 누렸던 작은 일상들에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된다.

이번 학기는 격주로 만나는 1,2학년들과 그나마 정규수업만이라도 매주 대할 수 있는 3학년들의 등교수업이지만 1학기는 이렇게라도 유지되길 바랄 뿐이다. 예년 같으면 7월 중순부터 여름방학 기간이겠지만 코로나로 인해 8월 하순에서야 방학을 맞이하게 됐다.

아이들이나 선생님 모두 일주일 방학으로 충전하고, 시작해야 할 2학기라 어려움이 따르지만, 다음 2학기에는 더 나은 현실이 오리라는 작은 기대감과 함께 우리 교직원 모두 같은 마음으로 2학기를 준비하고 있다.

얼마 전 모 방송국의 가요경연프로그램이 많은 이들의 주목을 끌었는데, 좋아하는 장르의 음악이 아님에도 나까지 시청했으니 시청률 기록 경신이 뉴스 시간에도 접할 정도였던 거 같다.

참가자 중 경연 마지막 무대에서 그 가수 본인에겐 부모님과 같았던 고등학교 시절 은사님에 대한 고마움을 실어 불렀던 노래는 물론 잘 부르기도 해 감동도 배가 되었지만, 내 직업 탓 인지 그 가수와 스승의 모습이 클로즈업돼 노랫말과 함께 더 감동을 받았다.

경연이 끝난 후 그 가수의 재능과 가능성을 찾아 꿈꿀 수 있고, 이룰 수 있도록 응원해준 선생님의 인터뷰 영상에서 ‘교육은 감동과 기다림이며, 학생은 내게 온 귀한 선물’이라는 말이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뒤돌아 본 38년의 교직생활 중에서 나는 수많은 학생들을 만났음에도 학생 한 명 한 명을 귀한 선물이라는 생각과 아이들의 무한한 가능성에 삶의 힘이 될 용기를 주는 말을 얼마나 했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내게 주어진 현실에 나름 열심히 바쁘게 살아왔지만 무한한 잠재력과 마음 한 구석 아픔을 갖고 있기도 한 아이들을 좀 더 돌아보고 보듬지 못한 채 무심히 지나치며 살아온 듯하다.

소소한 일들에 감사함을 느끼며 산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내게 온 귀한 선물에 대해 감사하지 못하고, 내 시간과 다르다 해 기다려주지 못한 초창기의 풋내 나는 열정이 부끄럽고 지금도 학업을 포기했던 그 아이를 떠올리면 마음 한구석 아픔이 자리한다. 어디서 어찌 살고 있는지 궁금하고 지금 만나면 두 손 꼭 잡아주고 싶다.

그때 귀한 선물임을 깨닫지 못하고 기다려 주지 못한 내 조급했던 미안함을 담아서…

꿈꾸던 단발머리의 여고생이 꿈을 이루고, 모교에서 지난 학창 시절에 대한 추억과 함께, 좀 더 성숙된 감동과 기다림으로 남은 교직 생활을 그리는 중이다.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미처 하지 못하고 남겨두었던 곳에 색을 채우고 조금은 여백도 둬야겠다. 하루하루 만나는 우리 학생들 모두가 내게 온 귀한 선물이기에 학생들의 맑은 얼굴을 보며 우리 아이들이 행복하기를 바라고, 훗날 가슴 뛰는 일을 즐기며 하고 있을 우리 학생들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내게 온 귀한 선물, 얘들아 나는 너희의 꿈을 끝까지 응원할게.’ 사십 여 년 전 대학원서 접수 마지막 날 두 갈래 선택의 기로에서 망설이던 내게 사범대학 진학을 권했던 선생님. 그때 선생님께서는 내가 할 수 있는 것 중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을 할 수 있도록 응원해 주셨다.

선생님, 저 지금 잘하고 있는 거죠? 선생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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