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윤수 충남대 교수

지난달 교육인적자원부가 '예체능 성적평가 개선방안'을 대통령에게 보고한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예체능을 담당하고 있는 일선 교사는 물론 교원단체와 교육관련? 시민사회단체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예체능 과목 평가방식을 서열방식이 아닌 이수 통과 여부만을 기록하는 '성패(Pass/Fail)평가방식'으로 바꾸고, 내신성적 반영에서도 제외한다는 것은 일부 학부모와 학생에게는 반가운 소식일 수도 있으나 교육의 전체적인 틀에서 보았을 때 예체능 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한 무지의 소치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미 예체능 과목은 7차 교육과정을 적용하면서 선택과목으로 바뀌고, 시수가 줄어들어 관심이 크게 줄고 있는 마당에 평가방법을 표시방식으로 바꾸고 내신 반영을 제외한다면 예체능 과목은 설 땅을 잃게 되어 파국을 맞을 것이 뻔하며, 예체능 교육의 질을 저하시킬 것은 자명한 일이다.

이러한 평가개선 계획이 사교육비 경감 차원에서 나왔다는 것은 더욱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사교육비 경감을 위해 교육인적자원부는 무엇보다 '공교육의 정상화 방안'을 내놔야 한다. 우리 나라 교육의 병폐는 입시위주 교육을 탈피하지 못해 사교육비가 증가하고 있어 문제가 야기되는 것이지, 예체능 교육 때문에 사교육비가 문제가 되는 경우는 극히 소수에 불과한 실정이다.

학부모의 주머니에서 매년 약 7조원이 넘는 돈이 사교육비로 나간다고 한다. 이는 공교육의 부재현상이 낳은 병폐로서 학부모에게 과중한 가계부담을 안겨 주고 있다. 또한 대부분 사교육비는 다 아는 바와 같이 국·영·수 과목에 의해 지출되고 있다. 지난달 29일 한국교육개발원에서 발표한 '입시학원의 교육실태 분석'에 의하면 입시학원이 학교성적에 효과가 있느냐는 질문에 학생은 70.3%, 학부모는 59.6%가 그렇다고 답할 정도로 공교육이 위협받고 있는 이 때 예체능 교육이 학부모의 주머니를 가볍게 하고 있다고 운운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유아와 초등학교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어릴 때 다양한 경험을 쌓게 하기 위해 예체능 교육에 관심을 갖고 음악·미술학원을 보내고 태권도 등을 익히게 하고 있으며, 특기적성교육 차원에서 사교육비가 지출되고 있다.

예체능 교육은 전인교육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지 않은가? 전인교육이란 지·덕·체 3요소의 조화에 의해 형성되고, 건전한 심신의 발달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 학교 교육은 사회 적응과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는 능력을 길러 주기 위해 균형 있게 이뤄져야 한다.

현대사회는 경제성장과 더불어 물질만능에 의한 개인주의 발달로 자기만을 알고 이웃과 주변을 살필 여유조차 없어 인성과 정서교육이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인성과 정서교육은 주지교과 위주로 한 교육보다 예체능 교과에 의한 효과가 크다는 것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혹자는 예체능 교육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서열방식이 아닌 표기방식의 평가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표기방식으로 평가했을 때 또 다른 부작용이 예상된다. 왜냐하면 예체능 교육의 기피현상과 더불어 교육의 질적 저하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으며, 이러한 상황에서 표기방식 평가라든지 내신반영에서 제외한다면 예체능 교육의 위기는 현실로 다가오게 된다.

따라서 예체능 교육의 질적 저하와 기피현상을 막기 위해서는 현행과 같이 서열평가와 내신성적 반영이 필요하며, 현재 시행하고 있는 수행평가 방식이 문제가 있다면 부작용을 대비한 대책을 시간을 두고 연구, 검토해 좋은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