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국 선생, 졸업 후 대전서 어린이 합창단 창단... 지역서 어린이 합창 싹 틔운 자부심
83년 사단법인 ‘보리수 예술단’ 창단... 문화예술·한민족 평화애호정신 창달
中 연변 음악가 협회와 오랜 교류도... 대전시 주체 된 문화교류 줄어 "문화 나눠야"
임명철 선생, 12년간 농촌 초등학교 미술교사 근무
이후 군산에 있는 고등학교로 첫 부임... 교감으로 마침표 찍고 작품활동 집중
미술부에 늦게 들어온 학생 기억남아... "열심히 하고자 하면 발전 기회 찾아와"
학생들에게 심어준 건 완성하는 끈기... 17일까지 대흥동 카페 ‘봄’서 누드전

▲ 윤창국 선생. 사진=서유빈 기자

[충청투데이 서유빈 기자] 95세 음악인 윤창국 선생

대전은 해방 이후 반세기가 지나는 동안 눈부신 발전을 거듭했다.

사람과 물건이 한데 섞여 왁자지껄하던 대전역 부근은 높은 건물이 들어섰고 흙먼지는 찾아볼 수 없이 도로가 깔렸다.

도시에 세월이 흐른 자리에는 변화가 남기 마련이지만 문화예술만은 처음 모습 그대로 이어져 오고 있다.

찬란한 빛깔은 흐려지지 않고 오히려 연륜을 더해 진한 향취를 깊게 음미할 수 있다.

차곡차곡 쌓인 기록물들이 그간의 시간들을 증명하는 듯 하다. 고유한 색깔과 향기를 가진 지역 원로 예술인들을 만났다.

◆ 긴 시간 대전 합창의 발전을 이끌었다. 시작한 계기가 궁금하다.

1926년 황해도 사리원에서 태어났다.

유년시절 사리원에는 피아노 같은 악기가 많이 없었지만 부유했던 가정 덕에 음악을 접할 기회가 많았다.

1952년에 월남을 하고 서울 서라벌 예술대학 음악과에 입학했다.

1954년 졸업 후 대전에 내려왔을 때 대전 KBS와 뜻을 모아 KBS 어린이 합창단을 창단했다.

이후 대전 MBC에서도 어린이 합창단을 만들게 됐다.

당시 전쟁을 겪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문화 불모지이던 우리나라다. 대전지역에서 어린이 합창의 싹을 틔웠다는 자부심이 있다.

이밖에 1955년 대전 시온성 어린이 합창단과 1956년 공군 어린이 합창단을 창단하는데에도 힘을 쏟았다.

대전 최초 여성 합창단을 꾸렸고 2017년 MBC 한빛대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기도 했다.

◆ ‘보리수 예술단’은 어떤 단체인지.

사단법인 ‘보리수 예술단’은 문화예술과 한민족의 평화애호정신 창달을 위해 1983년 비영리단체로 창단했다.

합창과 무용, 사물놀이, 뮤지컬, 민요부로 구성돼 있으며 1993년 대전 엑스포 개막식 공연 이후 국내·외 수많은 행사에 참가했다.

2002년 월드컵 유치 홍보를 위해 노력했으며 37년 동안 정기공연 587회, 해외공연 67회, 대전사랑 9회 등 발벗고 나섰다.

안면도 국제 꽃박람회 폐막식 공연이나 제51~2회 백제문화제 등 전국 방방곡곡을 다녔고 중국세계청소년합창제, 삼양한국주 폐막식 공연 등 국외 무대도 다수 올랐다.

지금까지 참여한 공연은 2800여 회에 달한다.

중국CCTV에서 주최한 국제 합창제는 대한민국 대표로 참가하기도 했다.

공연 이력도 자랑스럽지만 보리수 예술단은 사랑과 평화, 예술의 사절단으로서 국위선양을 담당하고 있는 예술 단체다.

우연한 기회로 중국 연변 음악가 협회 유영근 주석을 알게 돼 중국 삼성 노인절 경축공연부터 백합 예술단 초청공연, 연길 합창단, 꽃봉우리 예술단 등과 오랜 음악교류를 이어오고 있다.

◆ 지역 음악계에 전하고 싶은 말

국내·외 통틀어 대전시가 주체가 된 문화교류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보리수 예술단이 걸어온 길처럼 더 많은 문화교류가 필요하다.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지만 앞으로 다른 나라 도시들과 자매결연을 맺어 서로의 문화를 나눠야 한다.

나아가 내년까지 이어지는 대전방문의해를 기회 삼아 대전을 알리는데 노력해주길 바란다.

▲ 임명철 선생.  사진=서유빈 기자
▲ 임명철 선생. 사진=서유빈 기자

82세 미술인 임명철 선생

◆ 그동안 걸어온 미술의 길은 어땠는지

12년동안 농촌 초등학교 미술교사로 있었다.

중·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쳐보고 싶은 생각이 들어 시험을 보고 자격을 얻었다. 이후 군산에 있는 고등학교로 첫 부임하게 됐다.

오랜 교직 생활 끝에 교감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퇴직한 후에 시간이 남다보니 작품 활동을 더 열심히 하고 있다.

개인전은 5회 열었고 대전시전 초대작가로 선정되기도 했다. 한국미협, 대전 구상작가회, 대전기독미술인회 등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 기억에 남는 학생이 있다면

어느 날 공부를 잘 못하는 학생이 미술부에 들어왔는데 미술부 학생들의 반발이 심했다. 고민 끝에 아침에 30분 일찍 와서 청소를 하고 오후에 지도를 받게끔 했다.

그러던 중 목원대학교 미술 실기 대회가 있었다.

기존 미술부 학생들은 입선을 하고 뒤늦게 들어와 청소를 하고 미술을 배우던 학생이 특선을 했다.

열심히 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는 학생들은 발전하는 기회가 찾아온다고 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결국 그 학생은 모 대학 조소과에 합격했다.

충남여고에 있을 땐 여느 학생들보다 열정이 뛰어났다.

미술부장이 큰 상을 받지 못했으니 부장을 새로 뽑자고 건의할 정도였다.

결국 미술부장은 홍익대 학장상을 받는 쾌거를 얻고 자리를 지키면서 능력을 보여줬다.

다른 학교에서는 오늘 준비물 안 가져온 학생들이 많다면서 자습을 달라고 했다. 한 바퀴를 돌아보니 절반 정도 준비물을 안 가져온 상황이었다.

캐비넷에 있던 스케치북 5권과 4B연필 40개를 나눠주고 그림을 그리게끔 했다.

가장 가까이에 있는 왼손을 그려보라고 하면서 그림에 흥미를 붙이게 도왔다. 게중 한 두명은 안 그리고 요령을 피웠지만 끝까지 완성할 수 있게 독려했다. 교직 생활 동안 학생들에게 심어준 것은 준비가 미흡해도 어떻게든 그림 하나를 완성하는 끈기다.

◆ 앞으로의 계획

종교를 가지고 있어서 최근까지 성화 20점을 그리다가 지금은 쉬고 있다.

조만간 완성해서 전시를 준비해볼 계획도 가지고 있다.

어떤 작가는 한 분야만 열심히 하더라는 이야기는 좋지 않다.

다방면의 그림을 그려보고 도전하고 싶다.

작품만 봐도 임명철 작품이구나 하는 작품이 아직 없다. 그림을 그리는 동안 내 스스로 자신 있는 그림을 그려내고 싶다.

한편 임명철 작가의 ‘누드전’은 오는 17일까지 중구 대흥동 카페 ‘봄’에서 열린다.

서유빈 기자 syb@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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