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이 지방분권세종회의 상임대표

요즘 세종시 행정수도 이전을 두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여당은 세계최악의 수도권 과밀을 해소하고 국가균형발전을 이루기 위해 세종시를 행정수도로 만들자는 주장한다. 야권과 일부 보수언론은 행정수도 이전 주장이 부동산 정책 실패를 희석하려는 꼼수라고 반박하고 있다.

논란과 토론, 공방이 벌어지는 것은 어쩌면 긍정적이고 불가피한 일이다. 행정수도를 옮기자는, 세종시를 행정수도로 만들자는 국가 대사를 단숨에 일방적으로 실행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고 그럴 일도 아니다. 진지하고 충분하게 논의, 토론, 고민하면서 추진해야 할 일이 분명하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행정수도 이전 명분은 간명하다. 부동산 문제를 비롯한 수도권 과밀을 해소하기 위해 청와대와 국회, 사법부를 모두 세종으로 옮기자는 것이다.

행정수도 이전을 반대하는 근거는 2004년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이다. 당시 헌재는 조선시대 경국대전까지 들먹이며 관습헌법을 내세워 '수도=서울'이라고 강변했다.

안타까운 것은 16년 동안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한 야권의 빈약한 정치적 상상력이다. 수도권 과밀로 인한 병폐가 치유 불가능한, 국가 존망의 위기에 이르렀는데도 발언의 의도와 동기를 문제 삼아 논의조차 거부하는 것은 직무유기다.

20세기 들어 브라질, 오스트레일리아, 파키스탄이 수도를 새로 조성했고, 21세기에도 말레이시아, 이집트, 인도네시아가 행정수도 이전을 진행하고 있다. 프랑스와 영국, 스웨덴도 수도권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대거 이전 중이다.

우리 역사에서도 수도 이전이 여러 차례 있었다. 역사상 가장 강성했던 고구려는 유리왕 때 졸본성에서 국내성으로, 장수왕 때 국내성에서 평양성으로 천도했다. 조선도 고려시대 수도였던 개경(개성)에서 한성(서울)로 수도를 이전했다.

헌재의 결정은 행정수도 이전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헌법을 개정하여 추진하라는 뜻으로 봐야한다. 헌법이 국가적 공동체와 기본적 가치에 관한 국민적 합의인 점을 고려하면, 87년에 머물러 있는 시계를 고치는 것을 못할 바가 아니다.

리얼미터가 지난 21일 여론조사를 한 결과 청와대와 국회, 정부부처 모두 세종시로 이전하는 것에 대해 찬성(53.9%)이 반대(34.3%)보다 훨씬 많았다. 국민의 원하고 미래를 위한 길인만큼 행정수도 완성을 더 이상 미루지 말자는 얘기다.

행정수도 이전이 절박하다. 국토의 11.8%인 수도권에 인구의 절반, 경제의 70%가 몰려있다. 수도권에 만성적인 주택난, 교통난, 환경난이 빚어지고 이를 해결하는 데 매년 수십조원의 돈을 쏟아 붓고 있다. 지방은 인구와 일자리가 줄어들어 일부 군(郡) 지역은 인구가 2만~3만으로 줄어드는 등 소멸 위기에 처해 있다.

그동안 온갖 방법을 동원했지만 수도권 집중을 제대로 막지 못했다. 그중에서 효과가 있었던 게 행정도시(세종시) 건설과 공공기관 지방을 바탕으로 한 혁신도시 조성이다. 이들 사업이 본격 추진될 때 수도권 집중이 훨씬 완화됐다.

세종시를 행정수도로 완성하는 한편 공공기관을 대거 이전하고 10개 혁신도시를 거점으로 삼아 국가균형발전 전략을 더욱 강하게 펼쳐야 한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전 세계가 경제침체의 늪에 허덕이는 상황에서 행정수도 완성은 지역 뉴딜의 사업으로 획기적인 경제 회생 전략이 될 수 있다.

서울은 서울대로 시대에 맞는 새 옷을 갈아입을 때가 됐다. 미국의 워싱턴과 뉴욕처럼 세종은 행정수도로 서울은 세계적인 경제와 문화 도시로 발전하는 게 옳다. 국회를 세종으로 옮긴 후 여의도 국회를 4차산업이나 아시아 금융중심으로 활용하자는 주장도 있다.

수도권은 고도비만, 지방은 소명의 위기에 내몰린 현실을 극복하는 일은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의 책무다. 더 이상 이 시대 우리의 책무를 외면하지 말자.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