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샤먼(廈門)대학 정문. 사진=이규식

정신신경과가 정신건강의학과, 방사선과가 영상의학과, 소아과가 소아청소년과로 진료과목 명칭을 바꾼 것은 잘한 일이다. 여러 분야 이름이 제대로 합당하게 불리우는지를 사회발전 척도의 하나로 볼 수 있다면 일련의 조치는 긍정적이다. 최근 국회보건복지위원회 일부 국회의원들이 산부인과를 여성의학과로 변경하는 의료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고 한다. 진료과목 명칭변경이 국회 입법사항이라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그리고 21대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보이고 있는 여러 행태로 국민의 지탄을 받고 있는 와중에도 이런 사소해 보이지만 의미있는 법 개정 활동에 열심인 의원들이 여럿 있다는 사실도 반가웠다. 여성 건강상담과 진료가 산부인과라는 명칭이 주는 거부감으로 지장을 받는다는 사실은 심각하기 때문이다. 시대착오적인 이름, 전근대적인 권위가 배어나오는 명칭은 조속히 변경해야 사회진보, 의식발전과 보폭을 맞출 수 있다.

유치원은 원장, 초중고교는 교장인데 유독 대학(교)만은 학장이나 교장이 아니라 총장으로 불린다. 한국은행은 총재, 산업은행은 회장이 공식명칭이다. 검찰청 역시 외청의 하나인데 정부수립 이후 줄곧 검찰총장으로 통칭된다. 과거 여러 제도나 운영체계가 올바로 갖춰지지 않았고 영(令)이 제대로 서지 않던 시절에는 위엄 있고 어마어마한 이름 아래 권위를 앞세워 자리를 지킨 경우가 있었을 것이다. 이제 자유민주주의가 정착되고 제반 시스템과 감시, 견제장치가 갖추어진 마당에 예전처럼 과도한 느낌의 직함을 유지할 필요가 있을까. 친근하고 겸손해 보이는 직책 명칭에 오히려 부드러운 카리스마, 인간적인 지휘 통솔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전문대학 이름을 모두 대학교로 통일한 이후 불거진 혼란과 시행착오가 지금은 좀 정리되었는지 모르겠다. 2년제 대학에도 3,4년제 학과가 있기 때문에 형평성 차원에서 모두 대학교로 통일했다는 설명이었다. 한자어가 통용되는 아시아지역 국가 가운데 대학교라는 이름은 아마도 우리나라 밖에 없는 듯하다. 중국, 일본, 베트남 등에서는 '대학'으로 부른다. '교'자를 한 글자 더 넣어 얻는 이득은 결국 권위에 기대는 심리일텐데 요즘 사회분위기가 되도록 짧은 음절의 약칭, 줄여 부르기가 대세인 만큼 대학 혁신의 첫 걸음을 '대학'이라는 간략한 글로벌 스탠더드 명칭으로 환원해도 좋지 않을까. <한남대 프랑스어문학전공 명예교수,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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