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우재 청주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지난 4월 충북도·청주시·진천군·음성군 컨소시엄이 고용안정 선제대응 패키지 지원사업(고용노동부)에 선정됐다. 5년간 최대 6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대규모 사업이다. 전국 17개 지자체가 지원해 5곳이 선정됐을 만큼 경쟁도 치열했다. 지난 해부터 지원사업을 충실하게 준비한 결과다.

하지만 선정 기준과 내용을 들여다보면 마냥 즐겁기만 한 것은 아니다. 선정 기준은 고용위기가 우려되는 지역이면서 지역이 주도적으로 중장기 일자리사업에 대한 선제적 대응계획을 마련한 곳이다. 충북 컨소시엄이 중장기 일자리사업에 대한 마스터 플랜을 가지고 있으며, 실행 가능한 역량이 있다고 평가받은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고용위기 우려 지역인 충북의 경제구조는 대기업에 의존적인 만큼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대표적인 기업이 SK 하이닉스, 한화큐셀, LG화학, 매그나칩 반도체, 일진디스플레이 등이다. LG화학의 경우 LCD 분야를 중국에 매각하기로 결정하면서 대규모 구조조정이 진행중이며, 협력업체의 인원 감축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일진디스플레이의 경우 2015년 786명이었던 근로자 수가 2018년 455명으로 감소했으며, 인력수요 변화는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충북 컨소시엄은 림뷔르흐 모델을 선택했다. 림뷔르흐(네델란드어: Limburg)는 벨기에 동부 플랑드르 지방에 위치한 주(state)이다. 플랑드르는 우리에게 '플란더스의 개'로 잘 알려진 지역이다. 2014년 12월 글로벌 자동차 업체 포드사가 림뷔르흐주에 위치한 겡크 공장을 폐쇄하기로 결정하면서 근로자들은 일자리를 잃게 됐다. 이때 림뷔르흐 주정부는 새로운 산업으로 인력을 재배치하고, 실직자와 퇴직자들에게 신기술을 습득할 수 있도록 지원함으로써 공장 폐쇄의 충격을 최소화하고 지역산업전환을 이뤄냈다.

충북 컨소시엄에 적용하면 위기를 감지한 상황에서 충북의 전략산업으로 첨단형뿌리산업, 유기농식품산업, ICT융합산업, 태양광신에너지산업, 신교통항공산업으로 산업전환을 가속화해야 하고, 산업을 지탱할 수 있는 인재양성에 집중해야 할 때이다. 이를 위해 고용안정 선제대응 패키지 사업단은 대체산업으로 일자리 창출, 근로환경개선, 심층상담을 통한 일자리매칭, 기업역량강화 지원 등을 계획하고 있다.

사업 성공을 위해 세 가지 의견을 전하고자 한다. 첫째는 지역일자리사업을 주도할 수 있는 거버넌스의 재구조화이다. 거버넌스는 공동의 과제와 목적을 위한 정부와 지역, 이해관계자들로 구성된다.

거버넌스 구조의 장점은 정부의 지속성과 시장의 유연성을 동시에 갖추고 있으며, 구체적이고 신속하게 행동을 펼쳐 나갈 수 있는 사회적 조정기구라는 점이다. 거버넌스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충북도청, 청주시청, 진천군청, 음성군청, 고용노동부 및 유관기관 등의 상호연계성과 상호의존성이 강화되야 한다. 이를 위해 유사하거나 중복되는 거버넌스 또는 사업 등을 단순화해야 하고, 사업의 경계와 책임소재의 구분이 명확해야 한다. 각각의 역할과 책임이 정확히 구분될 때 진정한 협업과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

둘째, 고용안정선제대응패키지사업의 성과관리시스템이 필요하다. 2020년 국가재정지원일자리 예산은 35조원에 육박한다. 막대한 재정투자에도 불구하고 성과는 기대에 못 미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성과를 제대로 내지 못하는 원인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성과를 제대로 내기 위해서는 어디를 어떻게 점검해야 하는지도 알아야 한다. 이를 위해 논리기반 성과관리시스템 도입을 추천한다. 논리기반 성과관리시스템은 사업실행의 배경이 무엇이며, 투입되는 자원과 프로세스, 성과를 통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더불어 단기 및 장기 성과에 대해 상황을 고려한 평가가 가능하다.

셋째는 민첩하고 창의적인 사업수행이다. 코로나19 이후 하차 없이 10분 만에 드라이브스루 선별진료소, 실시간 우리 지역에 확진자가 몇 명인지 알 수 있는 앱 등이 운영되고 있다. 코로나19는 20년간 이루지 못한 노동혁신을 이뤄냈다. 재택근무와 시차근무가 그것이다. 일자리와 관련된 상황은 시시각각 변화하고 있다. 어쩌면 2019년의 데이터는 2020년의 사업을 위해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오히려 설익은 사업에 대한 엉뚱한 논리를 제공함으로써 사업 효과성을 저해할 수도 있다. 현시점에서 이미 일어나고 있거나 예상되는 변화가 있다. 여행, 이동, 출장은 줄어들었다. 사업장은 기계화와 자동화가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로봇과 인공지능의 도입과 재택근무도 증가할 것이다. 이러한 변화를 감지하고 있다면 비대면 회의 및 상담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일반계층과 취약계층의 차별화된 일자리 전략과, 여성과 장애인을 위한 취·창업 전략이 필요하다. 끝으로 비대면 업무에 적합한 직무발굴이 필요하다.

지금은 전국을 넘어 전세계가 위기다. 다행히 충북은 고용위기를 예감하는 역량과 대응전략을 수립할 수 있는 예산이 있다. 좋은 일자리가 넘쳐나는 충북을 기대하고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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