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수 공주대학교 교수

며칠 후면 중등교사를 대상으로 하는 하계연수가 비대면으로 실시된다. 지난 23년 동안 연수를 숱하게 해 왔지만 요즘처럼 화나고 불쾌한 적은 없었다. 얼마 전, 우리 대학 연수담당 책임자가 점심을 같이 하자고 해서 만난 적이 있다. 그는 대뜸 작년 하계연수에 참여했던 교사 1명이 내 강의와 관련해서 대학 측에 제출한 민원서를 보여주었다. 또 올해는 민원이 발생하지 않도록 신경 써서 강의를 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것까진 좋았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김 교수의 강의평가가 최하위입니다. 내가 장학사 몇 분을 초대해서 일선 교사들이 원하는 강의가 뭔지? 김 교수에게 들려주고 싶은데 함께 할 용의가 있나요?”라고 묻는 것이었다. 순간 부화가 치밀어 올랐다. ‘이 사람이 나에 대해 아는 게 하나도 없는 무례한 자구나!’라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그래서 정색하며 말했다. “내가 중학교1, 중학교3, 고등학교1 교과서를 쓴 저자입니다. 그것도 일선 교사들이 가장 많이 채택한다는 금성출판사의 사회교과서 저자라고요. 그런데 현장 얘기를 들어보라고요? 그것도 장학사들에게요. 또 내가 공주대에서 외부출강과 책 출간을 가장 많이 한 교수인 걸 모르나요?”라고 물었다. 그는 태연하게 “몰랐다”고 대답했다. 그래서 내가 그에게 제안했다. “당장 사무실로 가서 작년 내가 강의한 PPT화일과 강의자료를 살펴보시죠. 올해는 제발 내 강의를 녹화해서 보고 또다시 악의적 민원이 발생하면 대학 차원에서 강력하게 대처해 주세요. 이런 모멸감을 더 이상 주지 말고! 언제까지 교수가 을(乙)이어야 합니까?”라고 거칠게 따졌다.

작년 교사 1명이 제기한 민원 내용은 ‘김 교수가 책을 강매했다’, ‘정치적 발언을 많이 한다’, ‘여성의 치마 얘기를 했다’는 것이다. 그 실상을 밝힌다. 나는 지난해 ‘통찰의 지혜’란 책을 출간했고, 그 책은 ‘2019 우수학술도서’로 선정돼 전국의 국공립도서관에 배부되는 영광을 안았다. 강의 도중 교사들에게 기회가 되면 그 책을 읽어보고 청소년들의 통찰력 증강을 위한 기초자료로 삼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런데 그 얘기가 강매로 둔갑해 버렸다. 또 내 강의의 키워드는 기회비용, 업(業; 핵심역량), 모럴헤저드, 공정, 환율, 좌우대립을 극복할 제3의 길이었다. 그 개념들과 조국 일가의 비리, 반일과 토착왜구의 허구와 진실, 6.25전쟁에 대해 새롭게 밝혀진 사실을 엮어서 다른 교수들과 차별되는 강의를 했다. 치마는 우리 전통 문화에 대한 얘기였다.

그런데 좌익적 사고로 점철된 해당 교사와 특정 단체 소속 교사들에겐 내 강의가 마치 목에 걸린 가시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팩트체크를 할 능력은 없고, 비난은 해야겠고. 그래서 그런 민원을 제기하고 강의평가를 낮게 주었다고 본다. 올해는 연수시간이 절반으로 줄었지만 작년과 동일한 내용으로 강의할 것이다. 그런 교사들의 추악한 평가가 두려워 진실을 외면하고 인기영합적인 교수가 되기보다는 그런 인간들에게 정의와 진실의 일침을 비수처럼 내리꽂는 강의를 계속해 나갈 생각이다. 이미 교육계에서도 예의와 진실은 오간데 없고 이념의 내전(內戰)만 존재한다. 대학은 사실 여부를 따지기보단 제기된 민원에만 전전긍긍한다. 학문이 항문(肛門)인 시대다. 사제지간의 정(情)은 사라지고 오로지 계급투쟁만 존재하는 비열한 세상이다. 도대체 어떤 놈이 이런 세상을 만들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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