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성 영남대 인류문화고고학 교수

국립청주박물관에서 대규모의 한국 청동기 특별전이 개최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30년을 기다린 전시로 대다수의 현역 연구자들은 처음 경험하는 청동기 특별전이다.

국립청주박물관에서 8월8일까지 열리는 '30년 만에 찾아온 진짜 청동기 특별전'은 청동기란 유물의 희소성과 중요성, 취급의 어려움을 생각하건대 이 분야 연구자들에게도 꿈같은 관찰 기회이다.

전시를 앞두고 관련 연구자들에게 자료를 직관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특별전이 시작되면 진열장 유리 너머로 겉면만을 살펴야 하기 때문에 출품 유물 사전 검토회에 관련 연구자들이 대거 참가했다.

고대 동아시아 세계에서 독자의 청동기문화를 보유한 나라는 많지 않다. 중국의 중원 청동기에 북방 유목민의 청동기, 그리고 서남이(귀주·운남 일대)와 촉, 월의 공간에서 서로 차별화된 청동기문화가 확인될 뿐이다. 여기에 요령지역과 한반도를 무대로 전개된 '고조선·삼한 청동기'도 독자적이다.

흔히 비파형동검문화, 세형동검문화로 표현하지만 민족적 귀속을 고려한다면 '고조선(古朝鮮)과 한(韓)의 청동기'라는 용어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한국고고학에서는 중요한 연구주제이다.

이번 전시에서 필자가 가장 오랫동안 관찰한 유물은 '나팔형 청동기'이다. 글자 그대로 나팔 모양을 닮은 청동기인데 암석 거푸집이 아니라 밀납 원체를 사용한 제작이다. 흔히 '실납법'이 라고 한다. 이와 흡사한 청동기는 놀랍게도 만주 심양의 정가와자 유적에서 출토된 바 있다.

정가와자 유적, 특히 3319호는 자타가 공인하는 고조선의 왕묘이다. 이는 대단히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는데 한반도의 청동기문화가 만주의 고조선 청동기에 계보가 있음을 시사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한국 청동기의 일생'을 보여주는 자료가 망라 출품되었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다. 원료동과 주석, 거푸집, 도가니에 최신 출토품인 송풍관도 모두 얼굴을 드러냈다. 광주 신창동과 전주 등지에서 출토된 송풍관을 북방 유목민들의 공간에서 발견된 것과 동일한 '말'의 형태라는 점에서 놀랍다. 게다가 일본열도에서 발견되는 송풍관도 비슷한 형태이다. 고조선에서 한으로 이어진 청동기 주조기술이 일본으로 전래되었음을 시사한다.

흔히 삼한시대는 철기가 등장하면서 청동기가 소멸한다는 인식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 전시를 통해서 이러한 인식도 불식되었다. 철기가 등장한 이후에도 제작 기술은 발전을 거듭하며 검신을 제외한 대부분의 장신구가 청동기로 제작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기원전 10세기 이전으로 소급되는 순수 동기와 비파형동검, 세형동검 단계의 각종 무기형 청동기는 물론 일본열도에는 없는 '음향기' 등이 다량 출토되어 한국 청동기의 전모를 통시적으로 보여주었다.

최근 청동기시대를 다루는 학술대회에서는 '청동기 없는 청동기시대'라는 자조 섞인 말들이 오갔다. 그것은 청동기시대 연구에서 청동유물 그 자체에 대한 연구가 지극히 드물었던 현상을 빗대는 말이기도 했다. 이번 특별전이 그러한 한계를 일거에 극복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훌륭한 전시를 기획하고 전시한 국립청주박물관 관계자들에게 찬사를 보내는 바이다.

상고사에 관심이 있는 국민이라면, 특히 청동기시대를 연구하는 학생 및 연구자들이라면 서둘러 국립청주박물관을 방문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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