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은퇴 목표 소비↓저축·투자↑
30대 직장인 3명중 1명 ‘파이어족’

[충청투데이 이심건 기자] #. 대전 한 기업의 3년 차 직장인 김 모(29) 씨는 퇴근 후 친구들과 술 한잔 기울이는 대신 재테크에 몰두한다. 3000만~4000만원 정도를 상장지수펀드(ETF), 주식 등에 고루 투자하고 있다. 1년 전부터는 투잡(two job)을 불사하고 있다. 프리랜서 외주 일로 월급 300만원에 추가로 100만원 이상을 번다. 김 씨가 투잡을 하는 이유는 그가 '파이어(FIRE)'족이기 때문이다. 김 씨는 "쓸데없는 사치는 부리지 않으려 한다”며 “지인들이 인스타그램에 '플렉스'라면서 명품 가방이나 지갑을 사서 올리는데 부럽기도 하지만 미래를 위해서는 아껴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최근 조기 은퇴를 목표로 극단적인 절약을 하는 일명 '파이어족'이 나타나고 있다. 파이어족은 소비를 극단적으로 줄이고 저축과 투자를 늘리는 요즘 2030 세대를 부르는 신종 명칭이다. '경제적 자립(Financial Independence)'과 '조기 은퇴(Retire Early)'의 영어 앞글자를 땄다. 이들은 40대에 조기 퇴직하는 것이 지상 목표다.

취업정보 사이트 '인크루트'의 지난달 조사를 보면 30대 직장인 3명 중 1명이 자신을 파이어족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사회초년생 조 모(26) 씨도 "이제 막 취업했지만 나이가 들어서까지 회사에 다니며 일에 치이고 싶지 않다"며 "경제활동을 언제까지 맘 놓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세상인데 지금부터라도 재정적으로 독립할 수 있는 방안들을 강구해서 40대 초반에 은퇴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파이어족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도 있다. 미래의 행복을 위해 현재의 행복을 포기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선택인가 하는 이유에서다. 중소기업에 재직하는 직장인 박 모(31) 씨는 "하고 싶은 거 다 해야 나중에 후회가 없다"면서 "매달 월세, 생활비 등 고정비용을 제외하고 나면 저축할 돈도 없는데 애초에 연봉이 높은 사람들에 한해서만 파이어족이 가능한 것 같다"고 토로했다.

평균수명 100세 시대에 접어들면서 치밀한 재무 설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지역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성공적인 조기 은퇴가 되려면 정확한 재무설계가 동반돼야 하고 그만큼의 사회적 능력도 뒷받침돼야 한다"며 "각자의 경제상황에 맞는 적절한 대처방안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심건 기자beotkkot@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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