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아이클릭아트 제공
사진 = 아이클릭아트 제공

☞몇 년 전, 한 선배가 마시라며 페트병을 건넸다. 생수인 줄 알고 아무 의심 없이 마셨더니 '먹는' 수돗물이라고 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뿜을뻔했다. 내 당혹감을 눈치챘는지 선배는 주절주절 떠들기 시작했다. “정부 인증 어쩌고저쩌고~”. 또 본인은 이미 두통 째며, 어제도 마셨지만 아무 문제가 없었다라는 뭐 그런 이야기였다. 듣고 나니 조금 안심이 됐었다. 생각해보니 난 이미 많은 양의 수돗물을 마셨었다. 초등학생 때, 운동장서 놀다가 아무렇지도 않게 수돗물을 마시지 않았던가. 뭐, 어렸을 때 이야기긴 하지만 말이다. 그리고 그땐 별일(?) 없었다. 하지만 이젠 또 다르다. ‘먹는’ 수돗물을 받아도 선뜻 마시진 못할 거 같다.

☞붉은 수돗물에 이어 이번엔 유충이 난리다. 인천에서 수돗물 유충(깔따구류)이 나온 것이다. 불안감은 삽시간에 전국으로 퍼졌다. 충청권도 의심 신고가 잇따르고 있다. 확인한 결과 대부분은 오인(誤認) 이었다. 정수과정이 아닌 물탱크, 배수구 등에서 생긴 다른 유충들이었다. 하지만 그만큼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졌다는 걸 알 수 있다. 수돗물을 믿지 못하니 더 들여다보고 자꾸 의심을 하게 된다.

☞늦장 대응도 문제다. 인천시는 민원이 접수된 뒤 나흘간 쉬쉬했다. 언론에 보도되자 그제서야 긴급회의를 열었다. 정부도 부랴부랴 전국 정수장 점검을 지시했다. 항상 '일이 터지면'이 아닌 '일이 커지면' 대응하는 행정에 기가 찬다. 늘 말만 '선제적' 대응이다. 수돗물 유충은 활성탄 때문에 생긴 것으로 유추하고 있다. 활성탄은 물의 맛·냄새 물질을 제거한다. 그런데 활성탄 여과지는 보통 개방식으로 운영한다. 유충이 살기 좋은 환경인 셈이다. 그러다 보니 의도치 않게 유충도 키우게 됐다.

☞수돗물 포비아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원인을 알았다 해도 불안감은 똑같다. 한번 놀란 가슴은 쉽게 진정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때아닌 호황을 누리는 상품이 있다. 수도꼭지·샤워기 필터다. 정수기나 생수 판매도 급증하고 있다. 국민 불안감을 없애려면 평상시에 잘해야 한다. 물은 정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또 상·하수도는 공공서비스 기본 중의 기본이다. 이번 일을 반면교사(反面敎師) 삼아 더 철저한 관리를 하길 바란다. '진짜' 안심 수돗물이 돼야 한다. 매일 함께하는 물에서 불안이 흘러선 안된다.

편집부 김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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