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종준 충북대 교수

올해는 우리 사회가 금융위기로 환란에 빠진 지 꼭 10년째되는 해이다. 그동안 국민들은 앞을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험란한 파도 속에서 가혹한 도전과 역경에 맞서 싸워왔다. 그러나 아직도 경제는 불안하고 정치는 혼란스럽고 사회는 양극화되어 있다. 판치는 투기로 서민들의 집장만이 어려워지고 서민생활은 갈수록 퇴보하고 있다. 일자리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려워졌다. 열심히 노력하면 소박한 행복과 풍요 정도는 거둘 수 있다는 얘기는 이제 듣기도 싫은 소리가 되어 버렸다. 그러니 로또복권이나 당첨되면 모르되 정상적인 노력만으로는 꿈을 갖고 앞날을 낙관하는 것이 부질없다고 한탄하는 것도 당연할 것일 게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장래를 그렇게 부정적으로만 평가하는 것은 경계하여야 하고, 그렇게 볼 필요도 없다. 우리 국민은 위기의 상황에서 힘을 합치고 초능력을 발휘하는 민족성을 갖고 있다. 우리의 근대화 역사는 짧지만 단기간 내에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동시에 성공시킨 야무진 저력을 갖고 있지 않은가. 미루어 짐작컨대 정박할 항구가 보이는데 그냥 그 자리에서 침몰하는 일은 절대 상상할 수 없다. 외환위기를 겪었던 많은 나라들이 또 다시 경제위기를 겪었던 전철을 우리 국민이 그대로 밟는다는 것은 국민적 자존심으로 허용할 수 없다.

지난 금융위기 이후에 전개되는 사회적 현상을 지나치게 단기적 시야로만 평가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 금융위기 이후 우리 사회는 냉혹한 구조조정과정을 겪고 있다. 기업의 경쟁력은 대내외적으로 급신장하였다. 경제성장률이 우리의 과거나 신흥개발도상국에 비해 떨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위기 속에서도 연 4% 이상을 견지하고 있지 않은가. 더욱이 민간부문에서 시작된 구조조정의 흐름은 공공부문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생활에도 깊숙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것은 장래 우리 사회의 경쟁력을 크게 높일 수 있는 잠재적 자산이다. 올해는 구조조정이 시작된 지 10년째이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다. 우리 국민은 이것을 의지대로 실천한 민족이다. 우리의 역사발전단계로 볼 때에 구조조정의 끝은 올해부터가 시작이라고 단정하는 것도 경험측상 충분히 가능한 말이다. 그러나 국민들의 우수한 저력만을 믿고 있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우리의 정치는 국민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 문제이다. 이데올로기의 싸움에서 국민들이 원하는 바는 분명해졌다. 서민들의 소박한 꿈이 실현되도록 하는 정책이 절실하다.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서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 주어야 한다. 모든 지역은 균형적으로 발전되어야 한다. 이같은 국민들의 외침 앞에서 정치는 어떤가. 성급한 분배정책을 고집하거나 투기를 옹호하거나 대수도권론 같은 망국적 발상이 판치고 있지 않은가. 국회에 계류 중인 민생법안만도 수천 건에 이른다. 해가 바뀌도록 방치하고 있다. 이것은 정파간 아집과 편견, 당리당략으로 일관하고 있음을 실증하는 것이다. 도대체 정파간 합의와 유연한 협상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온통 정권을 잡는 데에만 신경쓰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우리 사회가 처한 기나긴 위기상태를 해쳐 나갈 의지가 없어 보인다.? ?

올해는 새로운 선장을 뽑아야 하는 대선의 해이다. 정박할 항구는 빤히 보이는데 정작 배를 저어야 할 국민들의 힘은 빠지고 엔진소리는 약해져만 가는 형국에서 새로운 선장이 되어야 할 자를 잘 선택해야 한다. 국민에게 신바람을 씌워주고 엔진소리가 요란하게 들리게 할 수 있는 자, 그 선택은 국민들의 몫이다. 금융위기 이후 기나긴 구조조정의 터널을 빠져 나오게 할 수 있는 힘을 이제 우리 국민들이 보여줄 때다. 새해는 다복과 부를 상징하는 돼지띠의 해이다. 금융위기 10년의 긴 여정의 끝에서 수백년 만에 찾아 온 황금돼지를 타고 달리는 것이 단순한 꿈으로 끝나지 않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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