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철 세종시교육청 교육정책연구소장

혁신교육지구 사업이 전국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 사업은 2014년 서울시- 서울시교육청-서울시 자치구 간 협력사업으로 시작된 이래로 전국으로 확산되었다. 시·도와 시·도교육청 간 합의를 기반으로 교육지원청과 기초자치단체간의 공동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는 혁신교육지구 사업은 2019년 현재 전국 226개 기초자치단체 중 142개 지역에서 실시되고 있다. 세종시와 세종시교육청도 행복교육지원센터 운영을 공동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지역마다 차이는 있으나 공통적으로 ‘학교혁신 지원’, ‘주민의 학교 참여’ 등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혁신교육지구 사업은 이른바 ‘마을교육공동체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학교는 지역으로, 지역은 학교로’. 이는 혁신교육지구 사업이 마을교육공동체를 추구하는 사업임을 알게 해주는 슬로건이다.

학교가 지역과 소통해야 함을 자각하기까지 오랜 세월이 걸렸다. 불과 얼마전까지만해도 학교는 지역과 소통해야 할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않았다. 국가가 정해놓은 교육과정에 따라 국영수 등 교과를 가르치고 시험으로 등수를 매겨서 그 결과를 학부모에게 통보하는 것으로 학교는 자기 역할을 다 한 것이다. 이른바 ‘기능주의 교육학’에 따른 당연한 결과이다. 개별 생물체에 머리, 가슴, 배, 팔다리가 있듯이, 사회도 머리 역할 할 사람 따로 있고, 팔다리 역할 할 사람 따로 있다고 보는 것이다. 머리 역할을 희망하는 사람이 많을 경우 성적순으로 결정하면 되었다. 기능주의 교육학에 따르면 ‘사회화 기능’과 ‘선발 기능’이 학교의 주된 기능이다. 한국에 근대교육이 들어와서 적용된 기본적인 학교의 모습이다. 초중등 교육을 받은 30대 이상이면 누구나 이 기능주의 교육학이 적용된 학교를 경험했다. 학교 교육과정은 앞으로 성인으로 살아가기 위한 ‘사회화’의 과정이고, 교육의 최종적인 결과는 ‘선발을 위한 서열화’임을 당연하게 받아 들였다. 등수가 매겨지지 않는 교육을 본 적이 없다.

근래들어 초등학교는 종전과 같은 서열화를 위한 시험을 치르지 않는다. 중학교도 촘촘하게 서열화된 성적표를 만들지 않는다. 고등학교만큼은 아직까지 ‘내신 9등급제’라는 서열화가 시행되고 있다. 학부모 중에는 등수가 매겨지지 않는 초중학교 통지표를 보고 ‘요즘 학교는 도대체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치고 있는지!’라며 내심 불만을 갖기도 한다. 학창시절 동안 서열 화되지 않은 통지표를 본 적이 없는 까닭이다.

학교의 기능을 선발 기능 위주로 볼 경우 학교는 지역과 소통할 이유가 없다. 지역사회 역시 마찬가지다. 해방 이후 80년이 다 되도록 학교와 지역이 소통한 경우는 ‘우등생 장학금 전달’, ‘학교운영위원회 지역인사 참여’ 외에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6,70년대 농촌 학교가 마을의 교육문화 중심지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지만 학교의 주된 기능은 역시 ‘서열화를 통한 선발 기능’에 있었다.

최근들어 학교는 지역을 교육의 동반자로 여기고 있다. 학교의 교육과정에 지역사회의 경제, 문화, 역사전통 등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자각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지식 교육 외에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이른바 ‘역량 교육’을 하자면 지역의 다양한 기관 및 전문가들의 학교 참여가 필요하다. 방과후학교나 돌봄을 비롯한 교육복지에도 지역사회의 관심과 참여가 요구된다. 지역사회 역시 학교를 지역사회의 동반자로 여기게 되었다. 지속가능한 지역사회를 위해서는 지역에서 나서 자라고 지역사회에서 경제사회 생활을 영위하는 지역의 인재-모든 학생을 인재라고 보는 인재-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학교와 지역의 만남은 이제 필연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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