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섭 배재대 실버보건학과 교수

“스무 살이든 일흔 살이든 배움을 멈추는 사람은 노인이 된다.” 철학자 하비 울먼(Harvey Ullman)의 말이다. 꼭 그게 아니어도 노인들은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배우고자 하는 욕구가 있다. 이러한 배움을 통해 노년기의 삶은 한층 더욱 풍요로워진다. 이러한 평생학습의 모범도시가 뉴욕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역동과 젊음의 상징인 뉴욕이 세계보건기구(WHO)가 인정한 첫 고령친화도시(Age-Friendly City)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뉴욕에 위치한 50여 개의 대학은 뉴욕시 칼리지 링크(College Link)라는 연합체를 만들어 지역 노인들에게 평생학습을 제공한다. 이곳 노인들은 칼리지 링크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대학에서 다양한 강의를 수강하며 도서관, 강의실 등의 각종 편의시설을 자유롭게 이용한다. 평생학습인지라 비학위과정이 대부분이지만 원하는 경우 학위과정도 들을 수 있다. 이곳의 포드햄대학은 40년 동안 지역 노인에게 평생학습 프로그램을 제공해오고 있다. 학생들 대부분이 60세가 넘어서 아예 ‘60세 대학(The College at Sixty)’이라고 불린다. 평생학습이라고 해서 교수진이 다른 것도 아니다. 학부나 대학원과 동일하다. 한 해에 대학에서는 수백 개의 교양 및 전공수업이 개설되는데 이를 지역 노인에게 개방하는 것이다. 젊은 학생은 학위 목적이지만 이들은 평생학습이 목적이다. 잘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 하나 더 얻는 것처럼 양질의 대학 강좌에 책상 하나 더 놓고 노인들에게 그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함께 수업을 들으면서 젊은이와 노인은 서로를 잘 이해하고 잘못된 오해와 편견을 불식시킨다. 바람직한 세대 간 갈등 해소 방법이다. 요즘 대학마다 인성을 중요한 역량으로 꼽는데 이보다 더 좋은 인성 프로그램이 또 있을까?

대학은 다양한 학과에 기반 한 전공은 물론 교양과목이 존재하는 만큼 고령자를 위한 하드웨어·소프트웨어적인 평생학습 인프라는 이미 충분히 갖춰져 있다. 더욱이 현재의 베이비 부머는 기존의 노인들과 달리, 교육은 물론 사회경제적인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에서 평생학습에 대한 욕구와 기대 수준이 다를 수밖에 없다. 학령인구의 감소로 인해 평생학습은 지역대학의 또 다른 활로(活路)가 될 수 있다. 늦지 않았다. 이제부터라도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지역대학이 함께 고령자를 위한 평생학습 체계 구축을 위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그 첫 발을 내딛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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