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 감축해도 모집률 50%대 불과
세종교육청 2개과 폐지 방향 제시
교원·졸업생 “폐지과정 소통 미흡”
대안 마련 아쉬움… “일방적 통보아냐”

[충청투데이 강대묵 기자] 오랜 전통을 이어온 세종여자고등학교의 특성화계열이 사라질까.

세종시교육청이 세종여고 특성화계열 신입생 충원율 감소 등을 이유로 직업계 학과를 분리(폐지)하는 방향성을 학교측에 제시하면서 최종 결과에 교육계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학생 수요 감소에 따라 특성화계열 입지가 좁혀지는 것은 교육계의 현주소다. 다만 학과 폐지를 둘러싼 이해당사자가 많은 만큼 정책 추진 과정에서 ‘소통창구’를 보다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세종시교육청은 최근 진행 중인 ‘세종 직업교육 중장기 발전방안 정책 연구’ 내용을 바탕으로 세종여고 특성화계열인 ‘경영사무과’와 ‘e-비즈니스과’ 2개과를 분리하는 방안을 도출했다.

정책 연구 자료를 보면 세종여고의 최근 3년간 신입생 충원율은 2018년 55%, 2019년 54%, 2020년 59%를 나타냈다.

세종여고 일반계와 직업계의 분리방안에 대해선 교원 다수가 찬성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세종여고의 특성화계열은 학급정원을 감축한 상황에서도 50% 수준의 모집률을 보이고 있다”며 “향후 학과 운영이 어렵다고 판단해, 학교측에 특성화 계열을 분리하는 방향성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학교측은 구성원간의 협의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유현 세종여고 교장은 “향후 학생수, 조치원 지역 인구 감소세 등을 고려해 세종여고 특성화계열 폐지가 바람직한가를 고민해야 할 것”이라며 “특성화계열은 현재 국가적 지원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문제는 학교 구성원간의 충분한 협의를 거쳐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유연적 입장을 표했다.

세종여고 특성화 계열 폐지에 따른 대안마련도 주목된다. 현재 세종하이텍고에 상업계열 성향이 포함된 ‘공공행정과’를 신설하는 방안이 추진 중이다.

세종시교육청은 하이텍고 공공행정과 신설은 세종여고 특성화계열 폐지와 연관지으면 안된다는 입장이지만, 상업계 특성화를 지망하는 학생들 입장에선 대체지로 하이텍고를 바라볼 수밖에 없는 처지다. 소수 정원이지만 특성화계열 지망을 희망하는 학생에 대한 대안마련이 선행되지 않은 점은 아쉬움을 사고 있다.

이번 세종여고 특성화계열 폐지 과정에서 소통이 미흡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세종여고 일부 교사들과 일부 졸업생들은 “세종시교육청에서 교육가족을 철저히 배제하고 무시하면서 특성화계열 모집중단을 결정했다”고 주장했다.

박성수 세종시의회 교육안전위원장은 “세종시교육청의 이번 움직임을 보면 소통이 부족했고, 이해당사자를 설득하려는 노력이 부족한 것으로 비춰진다”며 “세종시의 자족력 생태구조 내에서 특성화를 육성하려는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시교육청 관계자는 “반대와 찬성의 의견이 있는 만큼 종합적인 검토를 진행할 것”이라며 “소통 없는 일방적 통보는 아니었다. 학과를 분리하는 내용에 대한 방향성을 학교측에 전달한 것이 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세종=강대묵 기자 mugi1000@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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