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준 순천향대학교 부속 천안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어지럼증·복시 있으면 반드시 119로
입으로 독 빼내거나 얼음찜질 금물
상처 상단 지혈대 착용… 병원 찾아야

▲ 문형준 순천향대학교 부속 천안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 문형준 순천향대학교 부속 천안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충청투데이 이재범 기자] 때 아닌 ‘코로나 19’로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지만 여름철 들녘에서 농부들의 손길은 여전히 분주하고 이른 폭염으로 산과 바다에는 벌써 피서객들로 북적인다. 야외활동이 늘어나면 병원 응급실도 덩달아 바빠진다. 바로 여름에 왕성한 활동을 보이는 각종 곤충과 야생동물 때문이다. 그중에서 가장 흔하고 심각한 사고는 뱀 물림 사고다.

◆ 물리면 무조건 바로 병원으로

뱀에 물리면 증상의 심각도는 뱀의 종류와 체내에 들어온 뱀독의 양에 따라 결정된다. 그렇다고 뱀을 잡아서 병원에 갖고 올 필요는 없다. 뱀을 잡다가 또 물릴 수 있고 의료진도 뱀을 연구하는 동물학자가 아니라서 구분을 못하기 때문이다. 심각도는 치료를 통해 충분히 판단할 수 있다.

◆ 어지럼증·복시 있으면 119로

뱀에 물리면 물린 부위에서 통증이 시작되고 점점 부어오른다. 이후 부종이 물린 부위 위아래로 퍼지면서 그 부위에 열감이나 압통이 생긴다. 물론 통증 외에 다른 증상이 없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반드시 병원 진료를 받아야 한다. 어느새 증상이 갑자기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운 없거나 어지러운 느낌, 물체가 두 개로 보이는 복시가 생기면 반드시 119에 신고하고 응급실을 찾아야 한다. 뱀독이 물린 부위를 뛰어넘어 심장이나 뇌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의심해야 할 상황이기 때문이다.

◆ 뱀독을 입으로 빨아내?

그럼 뱀에 물렸을 때 바로 할 수 있는 처치는 무엇일까? 예전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뱀에 물린 부위에 입을 대고 독을 빨아내는 주인공의 용감한 행동을 본 적 있을 것이다. 또 물린 부위를 칼로 그어 피를 내는 장면도 종종 나온다. 하지만 잘못된 방법이다. 그 주인공 역시 뱀독에 중독돼 치료받거나 환자의 출혈을 유발하는 무허가 진료행위를 한 것으로 경찰서로 가게 될 것이다.

◆ 얼음찜질, 압박 No!

환자에게 할 수 있는 최선의 처치는 상처 부위를 되도록 움직이지 않게 하는 것이다. 병원까지 가까우면 모르겠지만 가능하면 차량으로 이동하는 것이 낫다. 붓기가 올라온다고 해서 얼음찜질을 한다거나 압박을 하는 것은 좋은 처치가 아니다. 굳이 부목을 댈 필요 없이 편한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붓기가 올라오고 병원까지 이동 거리가 멀다면 상처 상단에 지혈대를 착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 빠르고 정확한 처치가 중요

병원에서 치료는 환자 증상에 따라 달라진다. 뱀독을 중화하는 항뱀독소는 환자의 증상과 검사 소견에 따라 투여 여부를 결정한다. 항뱀독소는 다른 약들에 비해 과민 반응이 생길 확률이 높기 때문에 꼭 필요한 환자에게만 투여한다. 아주 경증의 교상이라고 판단되면 퇴원해 외래에서 며칠에 한 번씩 확인하면 된다.

하지만 중독 증상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면 입원 치료를 받아야 한다. 상처 부위 손상은 빨리 가라앉지 않고 진행되므로 추가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또 응고 장애가 생겨 잇몸부터 뇌까지 모든 신체 부위에 출혈이 생길 수도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간이나 신장, 심장 등에서도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다행히도 다큐멘터리에 나오는 무수한 해외 독사에 비하면 우리나라 뱀은 맹독성이 약한 편이다. 매년 수백에서 수천 명이 뱀에 물리고 있지만 불과 5명만 사망한다.

문형준 순천향대 천안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물린 후 빠르고 정확한 처치를 하고 제때 치료받으면 혹시 모를 비극을 막고 맥없이 병원에 입원해 치료받는 기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천안=이재범 기자 news7804@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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