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현정 신성대 현장실습지원센터장·간호학과 교수.

김현정 신성대 현장실습지원센터장·간호학과 교수

2020년 6월 발간한 자살예방백서에 따르면 2018년 우리나라의 자살자 수는 13,670명으로 전년 대비 1,207명(9.7%) 증가하였고, 자살률은 26.6명으로 2.3명(9.5%) 증가하였다. 자살률이 최고치였던 2011년과 비교할 때 자살자 수는 2,236명으로 14.1%↓ 감소하였고, 자살률은 5.1명으로 16.1% 감소 하였다. 우리나라의 자살률(OECD 표준인구 10만 명당 명)은 24.6명('16년)으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고, OECD 평균(11.5명) 보다 2.1배 높다. 그중에서 특히 65세 이상 노인 자살률은 53.3명('16년)으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고, OECD 평균(18.4명) 보다 2.9배 높다.

자살 경로 위험 요인을 분석한 결과, 한 사례당 자살 경로에 포함된 위험 요인은 3개인 경우가 가장 많았으나 최대 12개까지 포함된 경우도 있었다. 자살 경로의 각 영역별 위험 요인을 분석한 결과, 자살 관련 영역의 위험 요소인 '자살시도'가 36건으로 가장 많이 나타났고, 이어서 '정신건강 영역에서는 '우울장애'가, 직업영역에서는 '업무부담'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경도의 차이만 있을 뿐 대부분의 노인이 갖고 있는 우울증은 자살시도에 결정적인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자살을 시도한 대상자들의 심리는 어떠한 상태였을까? 그리고, 자살에 실패한 현재의 느낌은 어떠한가? 자살을 시도한 노인을 대상으로 경험을 연구한 임미영 교수에 의하면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삶을 내려놓았고 자살하는 순간에도 무념무상이 되거나 혹은 죽음에 두려움을 느끼며 자살을 멈추었다고 한다. 하지만 살아남았어도 여전히 혼란스러운 삶을 살아가고 신체적, 심리적으로 크고 작은 상처가 생겨 후유증을 앓고 있다. 그리고, 자살 시도 실패 후 스스로 홀로 서기 위해 봉사활동 등을 다니거나, 가족들의 염려와 지지로 다시금 살아갈 힘을 내는 등 고통 속에서 삶에 순응하며 살아갈 방법을 찾아간다고 한다. 필자가 병원에서 근무할 때 결혼을 못하고 농촌에 거주하는 자신을 비관하여 농약 음독 시도로 입원한 환자가 있었다. 지금은 고인이 되었지만 그분이 음독한 농약은 비선택적 농약으로 매우 적은 양으로도 치명률이 100%인 강력한 약품이었다. 자살에 실패하지 않으려고 가장 강력한 약품을 선택하였지만 그 약은 급격히 호흡근육을 마비시키는 부작용이 있어 그분은 호흡곤란의 고통을 느끼며 죽음을 맞이하였다. 그러면서도 나의 손을 잡고 마지막까지 한 얘기를 잊을 수 없다. "죽고 싶지 않아요. 살려주세요!" 갓 대학을 졸업한 신규간호사였던 나로서는 자살을 시도하였던 의도와 다른 표현을 하여 많이 놀랐다. 노인을 연구한 지금의 내가 그때의 느낌을 다시 재조명해보니, 노인들이 "나이 들면 빨리 죽어야지"라는 것과 크게 다를 바 없단 생각이 든다.

옛말에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는 말이 있다. 어느 누구도 사후 세계는 경험하지 못해 알 수 없는 바 지금의 힘든 고통이 죽음으로써 결론지어진다는 보장도 없다. 그러나 확실한 것 한가지는 나의 극단적인 죽음 선택으로 내 가족들은 분명 상처를 받을 것이고 내가 당면했던 문제가 반드시 해결될지는 미지수라는 것이다. 2억-5억 마리의 정자들이 경쟁을 뚫고 난자를 만나 수태한 행운의 결실이 바로 인간이다. 이 대단한 경쟁자들 속에서 살아남은 나 자신을 사랑하자.

정부에서도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의 자살률로 국가 경쟁력과 브랜드 가치 하락에 큰 영향을 받고 있어 국가 차원의 자살 예방사업 추진을 위해 관계 법령을 제정하고 중앙자살예방센터를 설립하고 자살 방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코로나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실천중이지만 마음의 거리만큼은 더 멀어지지 않게 서로에게 관심을 갖고 따뜻한 말한마디 건네보자. '요즘 잘 지내니?' '괜찮니?' '힘든일 있으면 내게 말해봐.'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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