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투표로 위원장 확정…박문희계 밑그림 결국 관철
연철흠계 정치적 승리 평가…“분란 지지표와 자리 맞바꿔”
향후 박의장 리더십 등 주목

[충청투데이 이민기 기자] 충북도의회가 가까스로 후반기 원 구성을 매듭지었다.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마라톤' 의원총회 끝에 각 위원장 후보 4명을 선출한데 이어 제384회 임시회 1차 본회의에서 이 같은 안(案)을 확정했다. 하지만 계파 갈등의 '불씨'는 살아있다는 게 중론이다. 사실상 박문희계 의원들이 대부분의 상임위원장직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의장후보 경선 과정에서 '직(職)' 즉 자리를 매개체로 한 선거운동이 원 구성 파행의 분란을 낳았고 향후 후유증도 적잖을 것으로 보인다.

도의회는 14일 오후 임시회 1차 본회의를 열고 △행정문화위원장-임영은 의원(진천1) △산업경제위원장-정상교 의원(충주1) △의회운영위원장-이상욱 의원(청주11) 등 상임위원장 선임의 건을 처리했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육미선 의원(청주5·이상 민주당)을 위원장으로 뽑았고 미래통합당에서는 유일하게 박우양 의원(영동2)이 윤리특별위원장을 맡게 됐다.

이에 앞서 민주당은 이날 오전 충북도당에서 의원총회(약 2시간 30분)를 개최했다. 의총에서는 박문희계와 연철흠계가 두패로 나뉘어 치열한 '갑론을박'을 벌인 뒤 결국 수차례 투표를 통해 위원장 후보안을 당론으로 확정했다. 임영은 의원, 정상교 의원, 육미선 의원은 지난달 15일 의장후보 경선 과정에서 박문희 의장(청주3)을, 이상욱 의원은 연철흠 의원(청주9)을 각각 지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박문희 의장이 그렸던 원 구성의 '밑그림'이 반영됐다는 평이다. 지난 7일 제383회 임시회에서도 박문희계가 표결 관문을 거쳐 대거 위원장단에 진출한 게 기저에 깔려 있다. △정책복지위원장 박형용 의원(옥천1) △건설환경소방위원장 김기창 의원(음성2) △교육위원장 박성원 의원(제천1)은 표 대결에서 연철흠계를 눌렀다.

사진 = 충북도의회 본회의장. 연합뉴스
사진 = 충북도의회 본회의장. 연합뉴스

연철흠계는 위원장단 구성만 보면 얻은 게 없다. 당초 박 의장은 이달 초 연 의원에게 의회운영위원장과 대변인, 예산결산특별위원장(2년 임기 중 후반부 1년)을 연철흠계 의원들에게 맡기겠다는 협상안을 제시했다. 이 방안이 제384회 임시회에서 그대로 적용되는 '수순밟기'가 시작된 것으로 읽힌다.

하지만 후반기 도의회 운영이 순탄하겠느냐는 시각이 나온다. 이른바 '박문희 구상안'은 관철됐지만 제383회 회기를 통해 연철흠계의 '표'가 박문희계와 팽팽한 각을 세울 수 있다는 점이 분명히 드러났고 여기에 연철흠계 의원들의 위원장단 진출이 저조한 점도 기저에 깔려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박문희 의장이 행문위원장이나 산경위원장직을 연철흠계에 끝내 넘겨 주지 않았다"며 "박 의장이 원래 약속했던 의회운영위원장 등이 연철흠계에 돌아 왔을 뿐"이라고 말했다.

연철흠계가 '전리품(戰利品)'은 별로 없지만 정치적으로는 승리했다는 관전평도 주목된다. 앞으로 박 의장이 의회 방향성과 운영 등을 놓고 연철흠계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앞서의 관계자는 "연철흠계가 힘을 쓰면 의회운영이 마비될 수 있다는 점을 표를 통해 분명히 보여주지 않았느냐"고 했다. 실제 제383회 임시회에서 연철흠계의 행동대장 격인 이상식 의원(청주7) 주도로 박문희계의 행정문화위원장 후보 육미선 의원과 산업경제위원장 후보 윤남진 의원(괴산)은 나란히 고배를 마셨다.

이런 맥락에서 후반기 도의회의 스텝이 꼬인 계기는 민주당 내 의장후보 경선 과정이었다는 견해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즉 박 의장이 지지표와 상임위원장직을 맞바꾼 탓에 제383회 회기에서 민주당발(發) '자중지란(自中之亂)'이 벌어졌고 향후 의회 운영 역시 안갯속에 빠져든 게 아니냐는 것이다. 박 의장의 원 구성 밑그림은 반영됐지만 리더십에는 여전히 '물음표'가 붙게 됐다는 얘기도 나돌고 있다.

황규철 민주당 원내대표(옥천2)는 충청투데이와 통화에서 "힘든 과정을 거쳐 상임위원장단 후보를 결정한 만큼 앞으로 더 화합에 힘을 쓰겠다"며 "도민만 바라보면서 통합당과 협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도의회는 민주당 27석, 통합당 5석 등 총 32석으로 구성됐다.

이민기 기자 mgpeace21@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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