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희 음악평론가·백석문화대 교수

6월 11일과 18일에는 어려운 시기에도 예술에 대한 도전이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의미있는 두 공연이 무대에 올랐다.

충남대학교 예술문화연구소 부설 CNU창작오페라 중점사업단이 주관하는 오페라 ‘나비의 꿈’과 ‘보석과 여인’이 두 주인공이다. 이들은 기존에 제작된 한국창작오페라 연구 및 보급을 추진하며 동시에 대전지역 예술가들과의 협업을 이끌고 있다.

자연히 오페라를 재구성해 올리는 그 자체만으로도 지역 음악가들에게 새로운 도전의 기회를 제공한다.

많은 예술가들이 참여할 수 있는 공공의 목적을 달성하는 효과도 상당하다. 그동안 코로나로 대부분의 무대가 취소된 상황에서 다행히 두 오페라는 조금 나아진 생활 속 거리두기 상태에서 무대에 오를 수 있었다.

이제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마스크를 쓰고 관객도 떨어져 앉아 작품을 감상하는 모습이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익숙한 풍경이 됐다.

기존에 객석을 채웠던 많은 청중을 기대하지는 못해도 일단 무대에 오르는 그 자체가 중요한 의의를 지니게 된 시기가 온 것이다.

그런 면에서 CNU창작오페라 중점사업단이 추진하는 총 10회의 오페라 중 3,4번째 작품을 일주일 사이로 관객 앞에서 공연할 수 있었던 것은 암울했던 올 상반기 대전공연계 입장에서 가뭄의 단비 같은 역할을 했다.

우선 작곡가 나실인의 창작오페라 ‘나비의 꿈’은 윤이상 작곡가가 엄중한 옥중 생활 속에서도 음악에 대한 열정을 멈추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중심축으로 그의 예술혼을 높이 기린다.

배경이나 연출은 소박했지만 고른 기량을 지닌 성악가들이 캐릭터를 충실하게 해석해 각자 맡은 인물을 진지하게 표현하는 태도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나실인은 특유의 선율감과 세련되고 풍부한 화성으로 어두운 분위기의 ‘나비의 꿈’을 이끌어가는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누구나 공감하는 주제라고 하기엔 다소 거리감이 느껴진다. 작품 속의 과거의 윤이상과 가장 영향력 있는 현재의 윤이상의 위상 격차가 크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한편 작곡가 박영근의 오페라 ‘보석과 여인’은 이강백 희곡에 기초해 인간 실존의 본질을 탐구한 한국형 파우스트라고 할 수 있다.

한 평생 완벽한 보석을 만드느라 젊음을 바친 보석 세공사가 악마와 계약을 하며 이야기는 전개된다.

이 작품은 젊음을 얻었으나 완벽한 보석에 다가갈수록 자기 자신은 사라지게 되고 사랑을 얻기 위해서는 완벽한 보석을 손에 쥘 수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에서 인간의 불완전함과 완전한 사랑에 대한 질문을 끊임없이 던진다.

욕망이 이글거리는 불안한 마음을 드러내듯 수시로 둥둥둥 울리는 북소리는 지속적으로 긴장감을 부여하면서 인간의 가장 깊은 심연의 존재를 건드린다.

특히 시시각각 가사의 의미에 따라 변하는 다채로운 영상 이미지와 낯선 현대기법 선율의 조화는 주인공이 겪는 갈등과 고뇌를 드러내는 절묘한 상징이었다.

관념의 대상을 소리의 울림으로 재현한 독창적인 오페라였다.

이렇듯 CNU창작오페라 중점사업단은 평소 보기 힘든 오페라를 다양하게 펼쳐 보이며 생생한 창작오페라의 현장을 제시했다.

차별화된 행보로 앞으로 남은 오페라에 대한 기대감을 극대화하며 의미 있는 도전을 계속하고 있다는 데 의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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