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의혹에 공식 추모 자제…정의당, 조문 두고 탈당 논란도
서울시 그린벨트도 해결 과제

[충청투데이 백승목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의 장례 절차가 마무리된 13일, 그의 마지막 길 앞에는 추모 분위기와 함께 지난 닷새동안 생산된 수많은 논란거리로 정치권에 적지 않은 숙제를 남겼다.

인권변호사, 시민운동가, 첫 3선 서울시장 등으로 대표적 진보인사를 표방한 시민적 가치와 정책을 펼쳐온 그였기에, 성추행 의혹 피고소 직후 비극적 선택을 한데 대해 진보 진영 내부에서도 갈등이 일고 있다.

공과 과를 나눠서 평가해야 한다는 여론과 마지막 선택이 떳떳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모습이어서 앞으로 진영간 갈등은 더욱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박 시장의 애도 기간으로 일시 침묵했던 상황이 해제될 가능성이 커지면서다.

특히 박 시장의 죽음은 정치권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고인에 대한 추모가 우선이라며 이해찬 대표를 중심으로 일사불란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여성계를 의식, 공식적인 추모 메시지는 자제하고 있다. 그러면서 여론을 의식한 듯 성추행 의혹 고소 당사자의 신상을 보호해야 한다며 '2차 가해'에 대해 잇따라 제동을 걸고 있다.

이날 박 시장 영결식 이후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도 김해영 최고위원은 "피해 고소인에 대한 비난, 2차 가해는 절대 있어선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사진 =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사진 =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내부에서 가장 큰 혼란을 겪고 있는 곳은 정의당이다. 류호정·장혜영 의원 등은 박 시장을 조문하지 않기로 한 반면, 심상정 대표와 배진교 원내대표 등은 2차 가해를 막아야 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하면서도 빈소를 찾아 고인을 애도했다.

이를 두고 정의당은 주말부터 몸살을 앓았다. 당원 게시판에는 류호정·장혜영 의원을 비판하며 탈당한다는 게시글이 잇따라 올라왔고 이에 반발, 일부 당원은 탈당 거부 운동으로 맞불을 놓기도 했다.

이날 SNS에는 정의당 당원들이 '#탈당하지_않겠습니다', '#지금은_정의당에_힘을_실어줄_때' 등의 해시태그를 단 글을 공유하고 있다.

이처럼 정치권 갈등과 함께 박 시장은 자신의 대표적인 정책과 관련한 숙제도 남겼다. 당장 구심점을 잃은 서울시 그린벨트 정책을 어떻게 풀어나갈지가 고심이다.

주택 공급확대를 위해 여권 마저 그린벨트 해제 압박을 가해도 이를 온 몸으로 막았던 것이 박 시장인데 이제 이같은 울타리 마저 사라진 만큼 장기간 이어져온 박원순표 정책이 표류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으로선 박 시장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이탈한 지역 민심을 어떤 식으로 되돌릴지와 함께 차기 대선 경선 흥행을 위한 전략 수정 등을 고심해야 하는 숙제를 받아들었다.

서울=백승목 기자 sm100@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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