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문선 청주시 흥덕구 민원지적과

"당신 땅이라고 해도 그렇게 관리할 겁니까?", "당신 토지라고 생각해 보십시오! 면적이 줄다니요?", "내가 얼마나 속이 터지는지 알고 있습니까? 탁상에 앉아서 펜대만 잡고 있으면서 우리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땅에 대해서 제대로 알기나 하고 이야기하는 거요? 허 참...".

지적(地籍)과 관련한 민원인들의 한결같은 호소이다. 지적공부(地籍公簿)를 관리하는 나의 응답은 이렇다.

"안녕하세요 담당 주무관입니다. 얼마나 속이 상하십니까. 평생을 내 땅 위에 내 집을 짓고 살았는데 그 터의 일부가 남의 땅이라고 하니 너무 놀라셨을 것 같습니다. 100여 년 전 일제 강점기에 만들어진 지적공부를 가지고 최신의 측량 방법으로 측량을 하다 보니 오류가 발견된 불부합지입니다. 불편을 끼쳐드려서 진심으로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그래도 분명한 점은 저는 항상 민원인의 토지도 제 땅이라고 생각하면서 관리하고 있습니다. 저도 선생님 토지를 불부합지로 통보해드릴 수밖에 없어 속상한 마음은 똑같습니다. 그러니 노여움을 풀어주세요".

지적(地籍)이란 토지의 위치, 면적, 용도, 소유관계를 고시하는 제도이며 구획된 필지마다 지번을 부여하고 지목, 면적, 경계를 정해 공부(公簿)에 등록해 지적을 표시한다. 쉬운 말로 사람에게 부여된 식별 가능한 번호는 주민등록번호이고 '땅의 주민등록번호는 지번'이라고 할 수 있다.

지적측량(地籍測量)이란 토지를 지적도에 등록하거나 지적도에 등록된 토지 경계를 복원해 소유권을 확립할 목적으로 향하는 측량 과정이다.

지적공부(토지·임야대장, 지적·임야도 및 경계점 좌표등록부 등)는 100여 년 전 일제 강점기에 토지 수탈과 세금 징수를 위해 토지조사사업(1910년)을 기반으로 작성된 지적도를 현재까지 사용하고 있다. 낙후된 기술로 조사돼 종이 지적도는 시간이 지날수록 훼손되고 변형돼 지적측량의 정확도에 한계가 있으며, 현재는 4차 산업혁명 시대로 타 공간 정보와 융복합 활용이 가능한 정확한 지적도로 재작성해 국토 이용 가치를 높여야 한다.

청주시 토지는 45만 필지이며 그중의 27%는 불부합지로 약 12만 5000필지이다.

지적불부합지(地籍不符合地)란 지적도상 경계와 실제 토지의 경계와 일치하지 않는 토지를 의미한다. 불부합지를 해결하기 위해 바른 땅 만들기 사업인 지적 재조사사업이 한창이다. 지적 재조사사업이란 토지현황과 지적공부 등록사항이 불일치하는 지적 불부합지를 정리하고 기존의 지적공부를 디지털에 의한 새로운 지적공부로 재작성해 경계분쟁 종식 및 시민의 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한 국가사업이다.

이미 1만 필지에 대한 재조사를 마쳤고 올해는 전년 대비 지적 재조사 지구를 3배로 늘려 그 어느 때보다도 더욱 조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장에서 토지 소유자에게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설득해 불부합지 해결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이웃 간의 양보와 이해로 토지경계를 명확히 해 시민의 재산권을 보호하고 한국형 스마트 지적의 완성을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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