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전배 천안예술의전당 관장.

임전배 천안예술의전당 관장

올해도 여느 해처럼 매사 순조로울 것으로 믿었다. 근데 요즘 삶이 예전 같지 않다. 일상의 주도권은 바이러스에 넘어갔다.

어떻게 ‘코로나19’에 의한 종속으로부터 독립할 수 있을까.

“吾等(오등)은 玆(자)에 我(아) 朝鮮(조선)의 獨立國(독립국)임과 朝鮮人(조선인)의 自主民(자주민)임을 宣言(선언)하노라.”

우리가 알고 있는 기미독립선언서 앞부분이다. 거침없는 필력에는 일제에 항거하는 민족적 결기가 박동처럼 살아있다. 기저에는 대한민국의 근간을 이루는 숭엄함이 배어있다.

그해 기미년 이후 무려 한 세기가 흐른 2020년, 세계는 온통-불청객 코로나19-바이러스에 힘겹게 맞서고 있다. 현실은 안타깝게도 일방적 현재 진행형이다.

피할 수 없는 날들을 지나며 대한민국은 단연코 국제적 방역 선진국으로 주목받았다. 국가시스템의 완벽한 작동, 실효적 진단검사, 체계적인 진료환경이 주효했다.

질병관리본부 보건정책의 선제적 대응과 전국 멸사봉공 정신을 갖춘 의료관계자들의 고군분투 의지도 돋보였다. 위태로울수록 단결하는 거국적 국민공감능력 역시 굉장하다.

어느새 반년을 묵묵히 견디고 성실히 인내하며 동행하는 국민 모두 자랑스럽다. 빠른 시일 내에 깔끔하게 종식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우리가 승리해 ‘코로나19’로부터 해방되는 시기는 반드시 올 것이다. 그날이 도래하면 다시 한번 먹을 갈고 붓을 들자. 과거 독립선언서 얼개와 문체를 차용해 다음과 같이 읊조려보자. 부디 단순한 희망가가 아닌 개선행진곡이기를 소망한다.

“우리는 세계 모든 나라 가운데 대한민국이 최정상 방역 국가인 것과 한국 사람이 서로 도와 국제적 생명안전을 지켜낼 줄 아는 위대한 국민인 것을 선언 하노라. 이로써 세계 모든 나라에 뛰어난 민족성을 널리 알려 인류가 병마 앞에 굴종됨 없이 건강 평등하다는 큰 뜻을 밝히노라. 이로써 자손만대에 일러 스스로 우뚝 서 존재하는 우리 겨레가 지구촌의 생명과 건강, 안전을 선도하는 마땅한 인류애의 주도적 권리를 영원히 누리도록 하노라.”

섣부른 안심은 금물이다. 바이러스가 소멸되거나 위험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뿌리가 뽑힐 때까지 방심해서는 안 된다. 예컨대, 산불은 큰 불 제압도 주요하지만 잔불 또한 조심해야 할 요소라 한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기 때문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도 마찬가지다. 완치율이 늘더라도 전파력 높은 유행성 질환이라는 속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근본적인 치료제와 예방백신까지 안전하게 연구 개발해낼 것으로 믿는다. 이로 인해 왜곡된 일상이 보다 일찍 원복 하길 바란다.

더 이상 인명피해 없이 인류가 건강을 회복하는 정상 환경이 조금 더 앞당겨지길 기원한다.

다시 돌이켜 100년 전 독립선언서 후반부를 보면 적이 낙관적이다.

“천만세 조상들의 넋이 우리를 안으로 지키고, 전 세계의 움직임이 우리를 밖으로 보호하나니, 일에 손을 대면 곧 성공을 이룩할 것이라. 다만 저 앞의 빛을 따라 전진할 따름이로다.” 라고 귀결하고 있다.

언제 끝날지 모를 여정일지라도 결코 주눅 들지 않는 당당함으로 내일을 기약함이 옳지 않은가. 전범국 일본의 세계 침략에 우리 선조들이 분연히 떨쳐 일어난 위대한 역사를 기억한다. 2020년 침략해온 바이러스에 결코 정복당하지 않는 대한민국을 신뢰한다.

이제부터는 그간 잃은 것과 배운 것을 꼼꼼히 헤아릴 때다. 행복을 되찾는 ‘슬기로운 국민생활’을 살아야 할 때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 코멘트로 글을 맺는다.

“국민이 백신입니다. 우리는 이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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