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혼 소재 드라마, 트렌드와 전통공식 간 어설픈 줄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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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혼 소재 드라마, 트렌드와 전통공식 간 어설픈 줄타기
  • 연합뉴스
  • 승인 2020년 07월 12일 08시 32분
  • 지면게재일 2020년 07월 12일 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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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코드 반영과 흥행은 별개…적당한 타협에 완성도 저하"
▲ [KBS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 [tvN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JTBC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저는 오늘 평생의 반려자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제가 죽는 날까지 믿고 사랑하기로 한 반려자는 서현주 나 자신입니다. 연애도 나 자신과 할 겁니다."

KBS 2TV 월화드라마 '그놈이 그놈이다' 속 여주인공 서현주(황정음 분)는 첫 회부터 하객들 앞에 웨딩드레스를 입고 서서 비혼을 선언했다. 그리고 나서는 황지우(윤현민)와 박도겸(서지훈), 두 남자와의 인연이 예고됐다.

여기서 결말은 이미 어느 정도 정해진 것처럼 보인다. 서현주는 둘 중 한 명과 연애를 하게 될 것이고, 어쩌면 비혼에 대해서도 재고할지 모른다.

tvN '오 마이 베이비'에 이어 '그놈이 그놈이다', JTBC '우리, 사랑했을까'까지 기존 로코(로맨틱코미디) 공식을 깬듯한 드라마가 최근 연이어 전파를 타고 있다. 공통점은 트렌드와 전통 로코 공식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다.

'오 마이 베이비'는 결혼은 건너뛰고 아이만 낳고 싶은 육아지 기자 장하리(장나라)의 이야기를 그려 주목받았다.

결말은 초기 의도대로 한이상(고준)과의 사이에서 아이를 갖고, 임신 대신 동거하는 이야기로 맺었지만, 최신 트렌드인 '비혼'을 소재로 선택한 것 치고 전개는 매우 고전적이어서 아쉬움을 남겼다.

연애, 결혼, 육아, 경력단절 등 다양한 소재를 다뤘지만 한 여자를 둘러싼 다각 로맨스 구도 자체는 고전 로코의 것을 답습했으며, 주인공의 의지를 넘어 임신과 출산·육아에 대한 본질적인 고민을 담아내기에도 여러모로 부족했다.

'그놈이 그놈이다'는 여주인공이 비혼뿐만 아니라 연애와 임신까지 모두 거부한 채 스타트를 끊었다. '오 마이 베이비'보다 더 걱정되는 지점이 여기에 있다.

주연 황정음은 제작발표회에서 "그래도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건 사랑이 아니겠느냐"고, 최명길은 "이 드라마를 통해 결혼은 연애의 완성이 아닐까 생각해봤다"고 각자 메시지를 밝혔다.

이야기는 비혼으로 시작했으나 결국 결혼이 결말이 되지 않을지, 또는 거꾸로 비혼이라는 메시지를 일방적 또는 교조적으로 전달하는 모양새가 되지 않을지 벌써 우려가 일고 있다.

'우리, 사랑했을까'는 싱글맘 노애정(송지효)과 4명의 남성을 내세워 아이의 아빠 찾기라는 콘셉트를 내세운다. 영화 '맘마미아!'를 연상케 하는 구도다. 이 작품 역시 싱글맘이라는 새로운 가족 구조를 조명하면서 트렌드를 반영했으나, 결국 결말은 전통 가족구조로 흘러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12일 "드라마는 사회 분위기를 항상 반영하기 때문에 최근 비혼주의자가 늘면서 당연히 그 코드가 작품에 들어올 수밖에 없다"면서 "그러나 동시에 로맨틱코미디 드라마는 매우 상업적이고 전형적인 구도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면 실패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양쪽을 절충해 비혼이라는 최신 트렌드도 반영하고, 기존 로코의 틀도 안전하게 지키며 적당히 '타협'하는, 어정쩡한 느낌의 작품들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도 "비혼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싶었으나 현실적으로 그런 이야기들이 드라마로서도 잘 먹히는가는 또 다른 문제"라고 짚었다.

그는 "비혼주의를 내세우는 것 같으면서도 오히려 결혼, 육아 등이 이야기 전면에 배치되는 사례가 실제로 있다. 원래의 메시지를 일관되게 담지 못한 것인지, 아니면 대중적인 지지를 못 받아 방향을 튼 건지는 알 수 없으나 전반적으로 완성도가 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lis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