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번째 시집 ‘여든네번째 봄’ 출간
골다공증·뇌경색에도 글쓰기 계속

▲ 청주시 청원구 사천동 이월순 할머니. 청주시 제공
▲ 청주시 청원구 사천동 이월순 할머니. 청주시 제공

[충청투데이 김희도 기자] 84세의 할머니가 뇌경색 등 병마를 딛고 일어나 7번째 시집을 펴냈다.

청주시 청원구 사천동에 사는 이월순(84) 할머니는 최근 자신의 일곱번째 시집인 '여든네번째 봄'을 출간했다.

시집에는 63편의 시가 5부로 나뉘어 실렸다.

1부는 노년의 일상을 담담하게 엮었고, 2부는 젊은 시절에 대한 그리움과 설움 등이 묻어나는 글로 채웠다.

3부는 삶을 위로해 준 시에 감사하는 마음, 4부와 5부는 노년의 일상과 우울함을 신앙으로 달래고 성찰하는 시로 꾸몄다.

노년의 힘겨운 삶을 표현한 시도 있다.

문학모임 참석을 위해 이른 새벽 청주에서 서울로 이동했지만, 모임이 다음 주라는 것을 뒤늦게 알고 쓴 '착각', 가스레인지에 올려놓은 찌개를 모두 태운 일을 다룬 '닮아가는 내 모습' 등이다.

그의 문학 활동은 감동적이다.

최종학력이 중졸인 그는 환갑이 된 1997년 처음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당시 골다공증으로 두 차례 병원신세를 지는 등 바깥출입이 힘들던 그는 우체국 무료 인터넷 교육을 받은 뒤 문학 관련 사이트에 접속해 글쓰기를 배웠다.

그해 12월 첫 시집 '풀 부채 향기'를 펴냈다.

이후 꾸준히 작품활동을 하던 중 1999년 뇌경색으로 쓰러지는 위기를 맞았다.

왼쪽 팔과 다리가 마비된 힘든 상황에도 글쓰기를 계속했고, 2000년 1월 세기문학의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면서 수필가로 등단했다.

그해 두 번째 시집 '내 손톱에 봉숭아 물'을 출간했고, 이듬해 월간 세계문학에 '낮잠', '세월', 호수' 등 동시 5편을 발표하면서 동서문학상을 받기도 했다.

지금도 여전히 몸은 성치 않지만, 그의 창작활동에 대한 열정은 식지 않았다.

팔순에 여섯번째 시집인 '왜 나는 그를 사랑하나'를 출간한 데 이어 4년 만에 다시 시집을 내놨다.

그동안 2천여편의 시와 수필을 쓰고, 인터넷 문학동아리와 문학모임에 참여하면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그는 "환갑에 발을 들인 시 세계가 벌써 24년이나 흘렀다"며 "시를 쓰면서부터 매일 매일의 삶이 기쁨과 감사로 넘치는 것 같다"고 즐거워했다.

김희도 기자 huido0216@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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