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초점
세종시 용역에 특급열차도 반대…경제성 용역 B/C 0.86에 불과
“금남면 발산리 일대 역사 최적”…국토부 “경제성 없다” 불가 입장
“수요·안전문제 … 지역갈등 안돼”

남일석 충북도 균형건설국장이 9일 도청 대회의실에서 KTX 세종역의 안전성 취약 등을 지적하며 세종역 불가의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이민기 기자
남일석 충북도 균형건설국장이 9일 도청 대회의실에서 KTX 세종역의 안전성 취약 등을 지적하며 세종역 불가의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이민기 기자

[충청투데이 이민기 기자] 국토교통부는 9일 KTX 세종역 신설은 경제성(비용대비 편익·B/C)이 없다며 '불가' 입장을 공표했다. 이날 세종시가 아주대 산학협력단에 의뢰해 실시한 'KTX 세종역 및 ITX 사전타당성 조사 용역' 결과를 발표하고 추진 의사를 밝히자 국토부는 즉각 설명자료를 내고 "KTX 세종역은 안전에 매우 취약하다"고 반박하는 등 KTX 오송역이 세종시의 관문역할을 하는 게 타당하다는 충북도의 방안(案)에 사실상 손을 들어줬다.

충북도 역시 문재인 대통령 공약 등을 상기시키며 KTX 세종역 추진 결사반대의 입장을 거듭 천명했다.

세종시가 자체 진행한 용역 결과에 따르면 KTX 세종역의 경제성은 0.86에 불과하다. B/C 1 이하는 사업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국토부는 설명자료에서 지난 2017년 5월 한국철도시설공단이 실시한 용역 결과 'B/C 0.59'를 거론하며 "경제성이 부족한 것으로 검토됐다"며 "현재 여건 하에서는 역 신설 추진이 불가한다"고 선을 그었다. 세종시발(發) 용역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는 얘기다.

특히 세종시가 오송역과 공주역에서 각각 22㎞ 떨어진 지점인 금남면 발산리 일대를 역사 위치로 꼽으며 교량 위에 역사를 건설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국토부는 "세종역은 부본선(대피선)없이 본선에 고속열차 정차계획으로 안전에 매우 취약하며 열차운영에도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소 안전기준인 부본선도 확보하지 않고 설치한 사례가 없고 운행중인 고속철도 선상에서 정차하는 비정상적인 역사는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게 국토부의 부연이다. 그러면서 국토부는 "인접 역(KTX 오송역) 수요감소 등에 따른 지역간 갈등이 예상된다"며 "세종역 신설에 대한 심도있는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충북도는 이날 도청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결사반대' 입장을 재차 분명히 했다. 남일석 균형건설국장은 "KTX 오송역은 세종시의 관문역으로 구상됐으며 그 역할을 수행 하기에 충분한 조건을 갖고 있다"며 "접근성 등을 보완해 이용편리성을 높이는 게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006년 7월 확정된 세종시 건설 기본계획에는 '세종시 관문역은 KTX 오송역'이란 내용이 명시돼 있다.

앞서 충북도는 지난해 10월 'KTX 세종역 관련 충북도 입장'을 공표했다. 당시 충북도는 "세종역 추진 불가는 정부 차원에서 이미 결론 난 상태"라며 "만약 세종시가 세종역 신설을 정부에 건의하려 한다면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저지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충청권 4개 시·도 가운데 충북지역만 반대해도 KTX 세종역 신설은 불가하다는 게 충북도의 풀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 기저에 깔려 있다. 문 대통령은 2017년 4월 대선 때 청주유세에서 "KTX 세종역 신설은 세종시와 충북도, 충남도, 대전 등 4개 단체장 합의에 따르겠다"고 밝혔다. 이런 맥락에서 이낙연 의원(서울 종로)은 문재인 정부 초대 국무총리로 재직할 때 "세종역 신설은 없다(2018년 11월)"고 못을 박았고, 김현미 국토부 장관도 "단거리 노선은 과잉 투자이며 사회적 합의를 뒤집는 것으로 불가능하다(2018년 11월)"고 했다.

충북도는 ITX(도시간 특급열차) 세종역 신설과 관련해서는 청주시내를 관통해 세종시~청주공항을 잇는 충청신수도권 광역철도와 함께 패키지 사업으로 추진할 경우에는 지지하지만 ITX 세종역만 추진하는 것은 반대한다고 했다.

한편 KTX 오송역(2010년 11월 1일 개통) 이용객은 매년 급증세로 2015년 411만 5081명을 기록한 이후 100만명 이상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2018년 764만 9473명 △2019년 862만 2455명으로 집계됐다. 만일 KTX 세종역이 신설될 경우 공주역∼세종역, 세종역∼오송역의 거리는 각각 22㎞로 나뉜다. 이는 한국철도시설공단이 발표한 고속철도 역 간 거리 57㎞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불합리한 결과를 낳게 된다.

충북도의 한 관계자는 "세종역 신설은 세종시 관문역인 오송역의 이용객 급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세종시는 2006년 세종시 건설 기본계획을 다시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민기 기자 mgpeace21@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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