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두 후유증, 父情으로 극복한 ‘조선 최고의 문장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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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두 후유증, 父情으로 극복한 ‘조선 최고의 문장가’
  • 충청투데이
  • 승인 2020년 07월 09일 18시 28분
  • 지면게재일 2020년 07월 10일 금요일
  •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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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 충북 증평, 김득신
천연두 앓은 뒤 지능발달 늦어져
아버지 김치, 자식교육방법 연구
선현들 명문문장 읽고 외우게 해
'백이전' 1억1만3000번 읽기도
시문 정진… '용호'·'전가' 등 남겨
사헌부 장령 등 요직 두루 거쳐
‘안풍군’으로 봉해지는 영광 누려
▲ 도덕경 표지. 독서왕 김득신 문학관 제공
▲ 도덕경권수제면. 독서왕 김득신 문학관 제공
▲ 사기백이전. 독서왕 김득신 문학관 제공
▲ 사기 표지. 독서왕 김득신 문학관 제공
▲ 독서왕 김득신 문학관 내부 모습. 독서왕 김득신 문학관 제공
▲ 십구사략표지. 독서왕 김득신 문학관 제공
▲ 십구사략권수제면. 독서왕 김득신 문학관 제공
▲ 임인증광방목김득신합격자명단. 독서왕 김득신 문학관 제공
▲ 임인증광방목표지. 독서왕 김득신 문학관 제공

중국에 까지 명필로 널리 알려졌던 한석봉(본명 한호)은 그 어머니의 뜨거운 교육열이 있어 가능했다. 그래서 '떡 썰기와 글씨 쓰기'의 대결 이야기는 초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실린 적도 있다.

절에 가서 공부하던 한석봉이 어머니가 그리워 도중에 집으로 오고 만다. 그러나 어머니는 밤에 불을 끄고 글씨를 쓰라고 하고 자신은 떡을 썰었다. 어머니는 떡 장사로 생활을 영위하는 가난한 환경이었다. 한참 후 불을 켜고 보니 어머니의 떡은 반 듯 반 듯 한데 한석봉의 글씨는 비틀거렸다. 어머니는 냉정하게 아들 한석봉을 절로 쫓아 보내 글씨 공부를 다시 하도록 했다. 그리하여 한석봉은 어머니의 정성으로 후대에 까지 이름을 남기는 대가로 성공했다.

이처럼 어머니의 정성으로 문필 대가가 된 한석봉이 있다면 아버지의 정성으로 조선 최고의 시인에 오른 사람이 있다. 충북 증평이 자랑하는 인물, 김득신(金得臣 1604. 10. 18 ~ 1684. 08. 30)

그의 할아버지는 임진왜란 때 진주대첩의 영웅 김시민(金時敏)장군이고 아버지 김치는 경상도 관찰사를 역임한 명문 집안이었다.

그런데 김득신은 어려서 심한 천연두를 앓아 심한 후유증에 시달렸다. 지능발전이 늦은 것이다.

아버지 김치는 이런 아들의 천연두 후유증에 좌절하지 않고 그 나름대로의 자식교육 방법을 연구했다. 그것은 선현들의 명문 문장을 되풀이 하여 읽고 외우게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김득신은 31세에서 67세까지 36년 동안 36편의 선현들의 문장을 읽었다.

특히 사기(史記)와 백이전(伯夷傳)을 중점적으로 읽었는데 '사기'는 1000번 '백이전'은 1억1만3000 번을 읽었다니 초인적 노력을 했다고 볼 수 있다. 그의 서재 이름을 '억만재'(億萬齋)라 한 것도 이렇게 억만 번 읽은 것을 기념해서 지은 것이라고 한다.

이렇게 위대한 선현들의 문장을 오랫동안 읽고, 외우고, 쓰다 보면 자신의 창의적 문장 실력이 솟아나는 것이다. 이와 같은 교육방법은 현대 교육학에서도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결국 이런 힘든 수업의 긴 터널을 뚫고 일어 선 김득신은 1,590여 시와 180여 산문을 남겼는데 특히 '용호'(龍湖) '전가'(田家)는 대표적인 시문으로 절찬을 받고 있다. 자연의 아름다움과 전원의 목가적 감흥을 잘 표현했다는 것으로 한문시 대가로 불리는 이식 같은 분은 김득신을 '이 시대 최고의 문장가' 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김득신은 오직 시문에 정진하며 벼슬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러나 아버지의 유언을 따르기 위해 59세 나이에 증광시(增廣試)에 응시하여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했다. 증광시는 나라에 큰 경사가 있을 때 실시하는 과거 시험이다. 59세, 나이 많아서 과거에 합격한 김득신은 강원 홍천 현감을 시작으로 풍기 군수, 성균관 사예, 사헌부 장령, 승문원 판교 등 요직을 두루 거쳤고 80세에는 안풍군(安豊君)으로 봉해 지는 명예를 얻었다.

저서로는 '백곡집' '시화집' 등이 있고 1684년 8월30일, 81세에 영면, 충북 증평읍 율리 산 8-1에 모셔 졌다.

천연두 후유증을 아버지의 애틋한 사랑으로 극복하고 조선 최고의 문장가에 오른 김득신은 우리 후세에도 큰 교훈으로 남을 '인간 의지'의 승리를 보여진다하겠다.

독서왕김득신문학관은 그의 생애와 직접적으로 관련 있거나 독서 활동을 조명할 수 있는 조선시대 고서(古書)와 유물 138점을 최근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중에는 '사기(史記)' 33책(목판본) 완질본이 포함돼 있다.

산천이 아름다운 증평 율리, 양지 바른 언덕에서 그는 지금도 시상(詩想)에 잠겨 있는지 모른다.

<충남복지재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