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서연 명예기자
▲ 이서연 명예기자

‘손이 들려준 이야기들’은 충남 부여군 양화면 송정마을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손을 소개하며 그 분들의 인생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손'은 우리가 제일 자주, 그리고 자유롭게 사용하는 신체 기관이다. 흔히들 사람의 손을 보면 그 사람이 어떠한 삶을 살아왔는지를 알 수 있다고 한다. 이 책에는 열악한 노동 현장에서 일하며 가족의 생계를 책임졌던 할아버지의 손, 읍내에 나가서 손자가 좋아하는 먹을거리를 사가지고 오는 할머니의 손, 평생을 삽자루를 불끈 쥐고 살아오신 79세 할아버지의 손 등등 총 열여덟 분의 손들을 소개한다. 그분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 주름지고 거친 손에 다른 사람을 헤아리지 못할 수많은 인생이 담겨있음을 깨달았다. 또 다른 80세 할아버지는 말주변이 없어서 아이들이 찾아와도 말을 많이 하지는 않지만 물앵두를 따주신다.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손주들을 향한 할아버지만의 소중한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이렇게 각자의 개성이 담긴 손을 그림으로 표현하여 한 사람의 삶의 단면을 보여주고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는 것이 인상 깊었다.

이 책을 통해 송정마을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손을 감상하면서 자연스레 나의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가 떠올랐다. 누구나 그렇듯 나 또한 부모님은 평생 늙지 않으실 줄 알았다. 문득 어렸을 때 찍었던 가족사진을 보면서 세월이 많이 흘렀음을 새삼 느꼈다. 어느덧 검버섯도 생기고 주름진 부모님의 손을 보면 나와 동생을 키우느라 고생을 많이 하셨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닫는다. 어릴 때는 몰랐던 부모님, 그리고 할머니 할아버지의 삶을 이해하게 되고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

또 한편으로는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수많은 손들이 사회에서 그만한 인정을 받고 있는지 생각해보며 현대사회 속에서 노인들에게 좀 더 따뜻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더불어서 수십 년 후에 과연 나는 어떠한 '손'을 갖게 될지 생각하고 고민하면서 올바른 삶을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서연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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