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시절, 유행했던 말이 있다. 바로 ‘왕따’였다. 그뿐만이 아니다. ‘-따(따돌림)’가 붙는 말들은 다 유행이었다. ‘은따(은근히 따돌림)’, ‘반따(반에서 따돌림)’, 나아가 ‘전따(전교생 따돌림)’까지 있었다. 어린아이들이 대개 그렇듯, 그 말들은 그저 놀림의 수단일 뿐이었다. 큰 의미를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친구와 말다툼을 하다가 아무렇지 않게 나오곤 했다. “너 왕따”-“그럼 넌 전따” 이런 식의 레퍼토리였다. 그리고 그때는 한 명씩 돌아가며 따돌림을 당했다. 인기 많은 누군가 왕따라 지명하면 왕따가 됐다. 마치 놀이인 듯 쉬웠다. 어려서 그런 줄 알았다. 그런데 커서 보니 여전하다. 누군가는 지금도 괴롭힘에 괴롭다.
☞걸그룹 AOA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이는 前 멤버 민아의 SNS 폭로로 시작됐다. 그녀는 장문의 글에서 자신이 10년간 리더 지민에게 괴롭힘을 당했다고 밝혔다. 매일같이 폭언이 쏟아졌고, 폭행도 당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 행동들에 마땅한 이유는 없었다. 그리고 그 괴롭힘은 때를 가리지 않았다. 가족 일에도 무자비했다. 민아는 아픈 아버지의 임종도 못 지켰다고 한다. 분위기를 흐린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래서 그녀는 항상 웃어야 했다. 걱정을 드러내선 안됐다. 속에 골병이 든 그녀는 극단적인 시도도 여러 번 했다. 그룹 내에서 지민은 무소불위의 권력자였다. 잘못된 일임에도 아무도 말리지 못했다.
☞사실 걸그룹이라 더 주목이 됐을 뿐이다. ‘이미지로 먹고사는’ 연예인이라 더 놀랐을 뿐이다. 괴롭힘은 어디에나 있다. 학교는 물론 군대·직장에서도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나이를 먹어도 똑같다. ‘왕따 놀이’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권력자의 괴롭힘은 곧 따돌림이 된다. 찍히면 끝이다. 그리고 아무도 말리지 못한다. 자신이 피해자가 될까 봐 눈치만 볼 뿐이다. 그러다 보니 방관자가 된다. 어느새 '침묵의 가해자'가 된다.
☞동물의 세계를 보면 안다. ‘힘’은 ‘서열’이 된다. 또 ‘서열’은 계급이 된다. 늑대 무리는 서열이 낮은 늑대를 따돌린다. 동물은 서열이 높아지기 위해 다른 동물을 공격한다. 인간도 똑같다. 자신이 올라가기 위해 누군가를 짓밟는다. 누군가를 괴롭히면서 자신의 위치를 확인한다. 그래서 왕따 같은 병폐가 생긴다. 하지만 인간은 '생각할 줄 아는' 동물이다. 남을 챙길 줄 아는 측은지심(惻隱之心)이 있다. 인간은 동물과 달라야 한다. 생존만을 생각하는 약육강식의 동물과 달라야 한다. 안 그래도 각박한데, 서로 못살게 굴 필요 뭐 있나….
편집부 김윤주 기자 maybe0412@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