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물 매출↑…채소 매출 '미미', 농산물 꾸러미 사업 취지 옅어져
"일부 농민·농협만 혜택" 주장도

[충청투데이 이심건 기자] 코로나19(이하 코로나) 사태로 급식이 중단돼 피해를 입은 농가를 위해 '농산물꾸러미' 사업이 시행되고 있지만 정작 지역 농가는 울상이다. 

농협 농촌사랑상품권이 채소, 과일과 같은 농산품 구입보다 육류 구매에 더 많이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농산물꾸러미 사업은 정부와 여당이 코로나 사태로 급식이 중단돼 피해를 당한 농가를 위해 마련한 사업이다. 

대전시교육청은 유·초·중·고 학생 자녀를 둔 가정에 학교급별로 4만~10만원 상당의 농산물 꾸러미나 농협 농촌사랑 상품권을 제공하고 있다.

농협 농촌사랑상품권은 53만 2000여장으로 약 173억원 상당이다.

시교육청은 학부모 의견 등을 수렴해 각급 학교 학생 가정에 농촌사랑 상품권 7만원을 지원한다. 유치원생에게는 상품권(4만원)만 제공한다. 

일선 현장에서는 농가 돕기라는 취지가 옅어졌다고 지적한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농촌사랑 상품권이 육류 구매에 대부분 사용되다 보니 채소와 과일 등의 농가들은 별다른 도움을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농산물꾸러미 사업 이후 농촌사랑상품권이 사용 가능한 안영동 농협 하나로 마트의 매출은 급상승하고 있다. 지난 5일 농축수산물 매출은 지난달 28일보다 25% 증가했다.

특히 축산물 매출이 큰 폭으로 뛰었다. 축산물 판매는 39% 증가한 반면 채소는 29%, 과일은 25% 증가에 그쳤다.

지역 농가들은 농산물꾸러미 사업에서 그동안의 피해를 조금이나마 보전받을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었다.

정작 이번 사업이 시작됐지만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서 보관기간이 짧아 유통 여건이 열악한 시금치·부추·얼갈이 등은 폐기 처분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농산물꾸러미 사업이 농협과 함께 진행돼 일부 농민과 농협만 혜택을 받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농촌사랑상품권은 하나로마트 등 농협에서 운영하는 매장에서만 사용할 수 있어 동네 마트나 전통 시장 등을 통해 농산물을 유통하는 농가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역 한 농민은 "사업 추진 소식을 듣고 이제야 정성껏 키운 농산물이 아이들에게 전해질 것으로 기대했으나 유통업자와 판매상만 혜택이 가는 것 같다"며 "상품권 사용처를 한 곳에 몰아주기보다 여러 곳에서 사용이 가능하게 해 여러 농가들에게 도움이 돌아가게 해야 된다"고 말했다.

이심건 기자 beotkkot@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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