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춘 대전이문고 교장

수능성적으로 선발하는 인원의 비율을 50% 이상 하자는 고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됐다. 이것은 지난해 국가 교육회의에서 주도한 정시 30% 이상과 그 궤를 같이 하는 것으로 급조된 법안이 2015교육과정이 새롭게 적용되고 있는 고교 교육을 말살할 수 있기에 조목조목 따져 묻고자 한다.

고등교육법 개정안 제34조 제2항에 ‘학교생활기록부의 기록’에 포함되는 교과성적을 ‘교과성적 외의 자료’로 분류할 정도로 교육에 대한 기본 이해도 없다. 또 대학별 고사의 예에서 필답고사를 명시해 본고사나 논술고사의 확대로 인한 사회적 혼란과 사교육비 증가 등의 문제가 재연될 소지가 있음을 아는지 의심스럽다. 이 보다 더 조악한 것은 ‘이 경우 교육부장관은… 원점수…’에서 원점수, 표준점수 등을 제공할 수 있는 것은 수능점수뿐인데 대학별 고사나 자기소개서, 학생부기록을 무슨 수로 대학에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인가! 대학입시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조차도 이해하지 못하면서 법률을 개정하겠다는 것이다.

개정안 제4항은 한술 더 떠서 수능으로 선발인원 50% 이상으로 하자고 한다. 수능이 어떤 문제인지를 알고는 있는지 묻고 싶다. 4차 산업혁명기의 인재는 창의적 사고력을 기반으로 한 문제 해결력을 가진 사람임은 자명한 사실이다. EBS 문제나 기출문제를 무한 반복하게 하는 수능으로 이러한 인재를 키울 수 있다고 보는가. 아니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수능에 목을 매는지 의문이 든다. 또 수능 50% 이상 선발을 명시하는 것은 대학의 자율권도 침해할뿐더러 시대 흐름에도 역행하는 것이다.

이 개정안은 제안 이유부터 잘못됐다. 학생부종합전형은 일반전형이나 정시전형에도 존재하고 있는 것인데 특별전형이나 수시모집에만 있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또 ‘부정한 방법으로 대학에 입학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는데 서류 위조하면 입학을 무효화하고 있다. 설령 일부 입학 부정이 있다고 그 전체를 부정할 수 있는가. 그렇다면 수능에서 대리응시나 부정행위가 밝혀졌는데 왜 수능을 없애자고는 안 하는지 묻고 싶다. 수능에서 찍어서 맞추나 정확하게 풀어서 맞추나 같은 점수를 받는 것이 과연 공정하고 합리적인가!

한편 사회적 약자를 배려해 인원을 늘리자고 했다. 정원외 인원을 늘리자는 것인가. 그렇다면 현재도 미충원 인원 증가로 폐쇄될 위기에 몰린 지방대학은 어쩌라는 것인가. 정원 내 인원을 늘리라면 등록금 동결로 재정이 고갈된 대학은 어쩌라는 것인가. 이에 대한 아무런 언급도 없이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은 현장 몰이해에 기인한 것임을 증명할 뿐이다.

대입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 이해와 사실 이해도 없는 사람들이 제시한 이번 고등교육법 개정안이나 대입제도 개편에서 수능 30% 이상 확대 정책은 소위 산업화와 민주화로 대변되는 신·구 보수세력들의 사고적 한계를 잘 드러낸 것이라 사려된다. 현재 사회와 미래사회를 위한 교육은 창의적 사고력에 기반한 문제해결력을 갖춘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다. 그래서 획일적 사고를 조장하는 획일적 문제 풀이로 길러낸 인재가 아니라 다양한 사고와 다양한 해법을 제시할 수 있는 인재를 육성해야 한다. 제발 자아도취된 ‘꼰대’들의 합창은 여기에서 멈추고 현장의 목소리와 전문가들의 연구에 맡겨 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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