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문희계 vs 연철흠계 ‘표 대결’…회기 조기종료 변칙으로 마무리
14일 차기회기 원구성도 불투명…협치·소통 박문희 리더십 시험대

사진 = 충북도의회 제공
사진 = 충북도의회 제공

[충청투데이 이민기 기자] 충북도의회가 '협치 실종'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후반기를 시작했다는 거센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원 구성을 놓고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박문희계와 연철흠계로 나뉘어 'OK 목장의 결투'를 벌이고 있는 게 배경이다.

양 계파는 각 상임위원장 선출을 놓고 표 대결을 벌이며 첨예한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7일 박문희계 소속 상임위원장 후보 2명의 선임 건은 부결됐다. 이를 두고 '정치적 저격'이란 얘기도 나돌고 있다. 급기야 도의회는 제383회 회기 조기 종료라는 변칙수를 두고 원 구성 협상(?)에 착수했다.

8일 도의회는 제383회 임시회 2차 본회의를 열고 이례적으로 회기 단축의 건을 처리했다. 이번 회기는 7~20일까지 14일 간 열릴 계획이었으나 박문희계와 연철흠계 간 '이판사판식' 표 대결이 낳은 결과물이란 게 중론이다.

특히 박문희 의장(청주3)의 협치와 소통의 정치가 무색해졌다는 평이 나온다. 박 의장은 최근 도의회 기자실을 방문해 "승자가 먼저 손을 내밀었다"며 "그쪽에서도 안(案)을 받아 들일 것이다. 7일 산뜻하게 출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15일 당내 의장경선(박문희 14표, 연철흠 13표)을 치른 연철흠 의원(청주9)과의 막후 대화가 있었고 '합의점'을 찾았음을 내비쳤던 것이다.

박 의장은 의회운영위원장과 대변인, 예산결산특별위원장(후반부 1년 임기)을 연 의원 측 의원들에게 맡기겠다고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박 의장은 "경선이 끝나고 승복하겠다고 후보자 간에 서로 합의했다"며 "진솔한 대화로 서로 소통하고 화합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상임위원장 선임의 건 표결 결과는 연 의원이 이 같은 안을 전혀 수용하지 않았고 '경선 앙금'이 여전하다는 점도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

14일 개회하는 제384회 회기에서도 원 구성은 불투명하다. 행정문화위원장과 산업경제위원장 선임의 건 표결에서 각각 부결된 육미선 의원(청주5)와 윤남진 의원(괴산) 을 되살리기 위해 박 의장이 회기 변경이란 '작전'을 펼치는 게 아니냐는 풀이가 적잖다.

회기를 변경할 경우 직전 회기에서 부결된 후보가 다시 상임위원장 후보에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박문희계가 두 의원을 재지명할 경우 정치적 부담이 적잖다. 차기 회기에서 마저 부결되면 박 의장이 과연 의회 운영을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는 게 지역 정치권의 시각이다.

차기 회기에서는 의회운영위원장, 행정문화위원장, 산업경제위원장, 예산결산특별위원장 등을 선출해야 한다. 7일 본회의에서는 △박형용 의원(옥천1) 정책복지위원장 △김기창 의원(음성2) 건설환경소방위원장 △박성원 의원(제천1) 교육위원장으로 각각 선출됐다. 이들은 모두 박문희계로 분류된다.

협치와 소통을 강조하는 박 의장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른 것으로 보인다. 차기 회기란 '1차 관문'을 과연 어떻게 넘을지 지켜볼 대목이다.

한편 다수당인 민주당 에서부터 협치와 소통이 실종됐다며 후반기 의정활동이 순탄하겠느냐는 우려섞인 관측이 나온다. 도의회는 총 32석 가운데 민주당 27석, 통합당 5석으로 구성됐다. 미래통합당은 7일 입장문을 내고 "후반기 원 구성에 개탄을 금치 못한다"며 "협치의 뜻은 오간데 없이 자리 배정에만 몰두하는 과거를 비판하던 민주당의 '내로남불' 모습만이 보인다"고 직격했다.

이민기 기자 mgpeace21@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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