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원 어르신들께 짜장면 대접
수 년만에 드셔보신단 말에 뭉클
일주일 뒤 100인분 무료 급식봉사

평소 어르신을 좋아하여 노인요양원에 시간이 날 때마다 봉사를 한다. 또한 직장생활로 스트레스를 받을 때면 수시로 요양원에 가서 어르신의 삶의 지혜를 배우고, 봉사를 통해 안정을 찾곤 한다.

그 날도 열심히 산업 전선에서 힘든 싸움을 하고 있는데 다음날 어르신 세 분을 모시고 치매 전문병원에 가야 되는데 기사 분이 집안 사정으로 출근을 못하니 운전 봉사를 해줄 수 있냐는 문자가 왔다. 봉사를 하려면 연차를 내야 해서 고민하다가 어르신 사정을 생각하여 결국은 연차를 내고 다음날 요양원으로 향했다.

경증 치매 어르신 세 분을 차로 모시고 계룡산 밀목재를 넘어 공주로 가는 길에 어르신들은 마치 아이와 같은 순수한 마음으로 바깥 풍경을 열심히 구경하셨다. 몇 년 만에 푸른 산과 들판을 바라보시며 "에구 저 꽃 좀봐", "너무 이쁘다", "에구 좋다"를 연발하셨다. 금강을 끼고 30여 분을 달려 치매 전문 병원에 도착했다.

어르신들의 검진과 상담이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마침 점심 때가 되어 길가에 있는 손짜장 집에 들어갔다. 먹음직스러운 짜장면을 비벼드리고 한 젓가락을 뜨는 순간 눈물이 쏟아졌다. 어르신들께서는 수 년 만에 짜장면을 드셔보신다는 것을 알고는 짜장면을 삼킬 수 없었다. 급히 화장실로 가서 세수를 하고 마음을 가다듬고 나오니 어느 새 어르신들은 짜장면 그릇을 싹싹 비우셨다. 한 그릇씩 더 시켜 드리고 싶었지만 너무 많이 드시면 어르신들이 배탈이 나실 수도 있어서 그럴 수 없어 아쉬웠다.

식사를 마치고 다시 요양원으로 향하는데 어르신들께서는 "고마워 잘 먹었어" 라고 수십 번도 더 말씀하셨다. 어르신들을 안전하게 모셔다 드리고 평소 잘 아는 요식업지부 사무국장을 찾아갔다.

"국장님, 짜장면 100인분 무료 급식 봉사 좀 해주세요. 인건비는 못 드려도 음식값은 제가 다 치르겠습니다." "갑자기 무슨 짜장면입니까?"

어리둥절한 국장님께 오늘 겪은 짜장면 이야기를 하면서 간곡히 부탁했다.

"알겠습니다. 한번 다른 임원 분들과 상의해 보겠습니다"

"꼭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국장님!"

부탁한지 1주일만에 짜장면 무료 급식 봉사의 염원이 이뤄졌다. 요식업지부 임원회의에서 사무국장이 이 이야기를 전했더니 임원들이 만장일치로 요양원에 가서 짜장면 100인분을 만들어 어르신들께 대접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심지어 봉사에 드는 모든 비용은 요식업협회에서 흔쾌히 부담하기로 했다.

요식업지부 사람들과 약속한 날 요양원에 찾아갔다. 지부 직원들과 중국집 사장님들이 야채와 감자, 고기, 춘장, 단무지, 밀가루로 수타 짜장면을 바로 100인분을 만들어 주셨다. 생에 마지막 짜장면을 맛있게 드시고 저 세상으로 가신 어르신 생각이 날 때면 푸른 하늘을 올려다보며 마음 속으로 외친다.

"할아버지, 할머니 안녕히 가세요. 사랑 합니다"

이명기 명예기자 cctoday@cctoday.co.kr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